고도 산업사회로 접어들면서 나타나는 병폐중의 하나인 개인이기주의가 수능시험일에도 그대로 반영돼 수험생들이 이른 아침부터곤욕을 치렀다.
특히 수험생 부모들의 연령이 최소 40대중반에서 대부분 50대인 점을 감안하면 극단적 개인이기주의가 사회 전반에 보편화됐음은 물론 이로 인해 서로가 피해를 입을 날이 멀지 않았음을 예고해 줬다.
2005학년도 대학입시 수능시험일인 17일 오전 7시 10분께 포항지구 제 1고사장인 우현동 대동고앞 도로가 학부모들이 타고온 차량들로 인해 막히기 시작, 500m가량 떨어진 영신고 앞 7번국도까지 극심한 체증을 빚었다.
포항시내 상습체증구역인 용흥동 포항의료원 앞 도로나 우현네거리 일대야 출퇴근차량들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평소 한산한 도로가 체증을 빚으면서 흥해읍과 우현동 일대 주민은 물론 수험생들까지 어려움을 겪었다.
이날 대동고앞 도로는 오전 6시 30분께부터 수험생을 태우고 온 학부모들이 하나둘 왕복 2차선도로 갓길을 차지하면서 오전 7시이후 차량을 제대로 돌리지 못해 체증이 빚어지기 시작했다.
경찰은 이날 새벽 6시부터 7번국도 대동고 입구에서부터 차량을 통제하거나 돌려나갈 줄 것을 당부했지만 수험생을 태운 학부모들에게는 자신의 자녀가 추위에 떨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만 있을 뿐 공공예절이라는 단어는 뇌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결국 7시 30분이후에 대동고로 향했던 수험생들은 7번국도상에서 행여라도 제시간에 시험장으로 들어가지 못할까 가슴을 졸이다 경찰의 교통신호등 조작으로 학교입구도로에 도착한 뒤 300m가량을 걸어 올라가야만 했다.
하지만 좌회전 도로 신호등만 길게 보내면서 흥해지역에서 출근하던 차량들은 극심한 체증을 빚어야 했고 우현네거리를 거쳐 남부고가도로까지 끝없는 차량행렬에 시달렸다.
기자는 심각한 체증으로 인해 마음을 졸이다 급기야 부모님의 차에서 내려 달려가는 수험생들을 바라보며 먼저온 학부모들이 조금만 배려했다면 모든 수험생들이 보다 편안하게 시험장에 들어갈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을 버릴 수 없었다.
그리고 먼저온 부모들이 ‘늦게온 학생들에게 아침부터 조바심을 내게 만들어 시험을 망쳤으면 하는 바램으로 그러는 건 아닐까’라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기도 했다.
한편 이날 포항시내 모범운전자들과 안전지킴이 등 상당수 자원봉사자들은 생업마저 포기한 채 교통정리에 나서 일부 학부모들의 이기적인 태도와는 대조를 보였다.
이종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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