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11월이면 각종언론에서 앞다투어 경쟁하듯이 내보내는 기사가 있다.
바로 ‘농업인의 날’이 끼어있는 11월 각종 농민단체들의 크고 작은 집회에 때맞추어 국내 메이저급 방송사들과 유력일간지들이 농협 때리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농협은 해방이후 줄곧 농민들과 가장 가까이서 생사고락을 같이해온 친구이자 이웃이었다.
그런 농협이 해마다 11월이면 각 언론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맞고있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일까? 농민들의 삶이 1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나아진게 없고 더러는 10년전보다 훨씬 못사는 농민들도 많이 있다는 현실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나 분노하는 농민들을 대신하여 마치 농민들의 대변인 수준을 넘어 변호사라도 된 듯 지금의 언론들은 농협에다 모든 책임을 덮어씌우고 농협을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조직으로 매도하고 있다.
정말 그럴까? 농사를 한번이라도 지어본 경험이 없는 농업에 관한한 별 지식이 없으면서도 쌀값이 오르면 당장 무슨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생각하고있는 도시근로자들은 이러한 여론의 화살이 당연한 것처럼 인식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농민들과 얼굴을 맞대고 있는 최일선 지역조합의 직원들은 농민들의 애환을 몸소 겪어왔다. 지금 이순간에도 배추 한 포기 사과 한상자라도 더 팔아주기 위하여 작업복을 입고 지게차를 몰며 허드렛일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선량한 많은 농민들은 농협을 이해하여주고 고마워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도 언론은 무작정 농협을 탓하기만 한다. 농업의 붕괴현상이 어찌 농협의 잘못만이라 할수있단 말인가?
농업정책의 실패는 분명히 일차적으로 정부가 책임을 져야한다. 제대로된 농업정책하나 실현시키지 못하고 그때그때 혹은 선거 때마다 부채경감같은 사탕발림식 공약만 해주었지 정부의 농정실패를 탓하는 목소리에 편을 드는 언론이 거의 없다는 이 엄연한 현실앞에 분노와 실망을 금치 못한다. 툭하면 조합장의 보수가 얼마고 직원들의 급여가 많느니 적느니…. 실제로 조합장과 기초단체장들과의 보수 직원과 지방공무원들과의 급여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비교라도 한번 해보고 그런 보도를 하는건지….
그렇다고 농협이 여태껏 다 잘했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농협도 조합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투철한 개혁의식을 가지고 뼈를 깎는 자기성찰이 선행되어야겠지만 언론들은 농민들의 눈치를 이용하여 맹목적인 농협의 비난에만 열중함으로서 일선농협 직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행태를 즉각 중지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농업현실이 왜 이지경에까지 와 있는지를 심층보도하는 것이 앞으로라도 우리농업을 회생시키고 발전시킬 수 있는 초석이 될것이라 생각한다.
바라건데, 정부의 금후 10년간 쌀시장개방 확대 및 FTA 등에 대비하여 무려 119조원을 쏟아붓는 프로젝트를 마련중임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떨어지는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회생시키기 위하여 이제라도 언론들은 농협죽이기 보다는 정부의 후속대책안을 촉구하는 심층보도를 함으로써 위기에 처한 우리농업을 구제하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권 창 수(봉화농협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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