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대구로 내려오기 위한 KTX를 타려고 서울역에 왔을 때 눈 앞에 ‘겨울 속옷이 없으십니까?’ 라는 무가지 타이틀이 눈에 보였다. 어쩌면 이렇게 때맞춰 독자의 눈을 자극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에너지 관리공단의 올 겨울의 주력하고자 하는 사업이 바로 겨울철 내복입기 운동이었기 때문이다.
옛날 60년대에서부터 70년대 중반까지는 거의 모든 사람이 내복을 입고 겨울을 보냈다.
특히 60년대에 학교 다니던 분들은 어머님이 손수 한 올 한 올 뜨개질로 만들어 주신 털내의를 정말로 최고의 겨울 선물로 여기고 입고 다녔고 그 이상 따뜻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팔뚝이나 무릎 부분이 닳으면 다시 수선해서 입고 다니던 것은 지금 생각해도 빈곤했지만 정겨웠던 것 같다.
이제는 날씨도 옛날처럼 춥지도 않고 주택의 형태도 아파트, 다세대 주택 등으로 난방시설이 잘 되어 있고 일반 주택이라 하더라도 단열이 잘 돼있어 집안에서도 내복을 입지 않고 지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출근이나 등하교 길도 대부분 차량을 이용하니 내복을 입을 필요성은 더욱 없어졌다.
앞서 얘기한 ‘겨울 속옷 없으십니까?’ 의 싯귀 몇마디다. “언제부터인지 실내 사진으로는 계절을 알기가 힘들어 졌습니다. 이상한 일이 아닙니까. 창 밖에는 눈이 내리는데 집안은 여름이나 다르지 않다는 것 굳이 기름 값이나 에너지 문제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한 번 생각해 볼 만한 일입니다. 바깥이 겨울이면 실내도 겨울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겨울 내의 없으십니까?”
물론 경제가 발전하고 소득이 높아 졌는데 아직까지도 내의 타령이냐라고 반문 할 분도 분명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싯귀처럼 바깥이 겨울이면 실내도 겨울이어야 할 정도까지 살자는 것은 아닙니다. 시인께서는 어느 정도 낭만을 생각하신 것 이겠지요.
그러나 요즘처럼 고유가가 지속되고 있는 현실에서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기름 값, 에너지 문제를 들먹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니 시적 낭만은 깨어져 버리지요.
그렇지만 현실로 돌아오면 꼭 낭만적이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내의를 입을 경우 3℃ 정도의 열 손실을 줄여 그만큼 난방을 덜 해도 된다는 에너지 전문가들의 얘기입니다. 만일 우리 모두가 내의를 입고 전국의 모든 건물과 가정의 난방온도를 3℃ 낮출 수 있다면 연간 8천400억원 이상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고 합니다.
건물에서 난방에너지 사용량은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2003년도 가정 상업부문 에너지 소비량은 35,178톤이며 이의 40%인 14,071톤이 난방에 사용되고 있다. 이 수치는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8.6%나 된다.
내의를 입자는 것은 에너지만 절약되는 것이 아니다. 겨울철 추운 바깥에서 손이 터가면서 구슬치기, 딱지 따먹기, 비석치기 등 놀이를 하며 지냈던 시절에는 감기도 잘 모르고 살았는데 요즘 어린이, 학생들은 너무나 따뜻한 실내에서만 지냈기 때문에 조금만 추운 외기에도 감기를 달고 사는 허약 체질이 되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전문의들은 지나치게 높은 난방온도는 습도를 낮게 하고 외기와의 온도차이로 스트레스을 일으켜 피부 및 호흡기 질환 등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으며 겨울철 적정한 온도를 유지하고 내의로 보온을 하는 것이 건강을 위해 좋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 공단은 앞으로도 실질적인 에너지 절약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아이템을 개발, 다양한 이벤트와 행사를 통해 온 국민의 동참을 유도함으로써 우리의 왜곡된 냉·난방문화의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에너지 절약을 위하여, 건강을 위하여, 또 옛날을 생각하는 낭만을 위해서도 우리 내의입기 운동에 동참하여 따뜻하고 즐거운 겨울을 지내보시지 않겠습니까?
김경수(에너지관리공단대구·경북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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