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야 생각이라도 하지”
나는 며칠 전 점자 및 녹음으로 된 정기국회 자료를 처음으로 우편을 통해 받을 수 있었는데 다름 아닌 한나라당 포항 북구 소속인 이병석 국회의원의 정기국회 정책연구보고서였다. 그에 따른 저의 소감을 간략하게 서술하고자 한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많은 정보와 지식을 갖고 있는가는 그것을 갖고 있는 개인, 혹은 조직의 능력과 직결된다는 것을 이미 옛사람들은 알고 있었나보다. 말은 사고의 표현이며 인간의 사고 역시 다양하듯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에 반대되는 ‘모르는 것이 약이다’라는 말도 있다. 이 두 말은 다른 상황, 즉 알아야할 정보의 종류가 어떤 것인가에 따라 달리 쓰이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이 대체적인 모든 상황에 적용해야 옳다는 생각이다.
알아서 힘들고 고통스러운가 그렇지 않은가는 차라리 몰랐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그것도 아는 것이 인간으로서 바람직하다. 그 정보를 통해 인식하는 사실이 고통스러운가 그렇지 않은가는 그 자신의 자아가 강한가 그렇지 못한가의 문제이지, 고통스러운 정보라면 차라리 모르고 있는게 낫다는 생각은 자율적이고 생각하는 인간으로서 무책임한 말이 아닐까.
안다는 것은 능력의 문제이며 인간의 권리이다. 그래서 인간은 지속적으로 탐구하고 연구한다. 그런데 신체적 특성으로 인해 알 권리가 보장되지 못하고 있고 그러한 사실마저 대중들에게 인식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바로 시각장애인들이다.
대부분의 정보는 시각적 정보로 이뤄져 있으며 이러한 시각적 정보습득에 곤란을 겪는 시각장애인들은 자연히 정보에 소외될 수 밖에 없다. ‘조건이 그러하니 어쩔 수 없지’, ‘먹고 살기도 힘든데 그런 것 정도야 뭐’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은 아마 ‘모르는 것이 약이다’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 무기력해져버린 이들이거나 아니면 ‘생각하는 인간’이란 말을 망각할 정도로 척박하게 살고 있는 이들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동정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며칠 전 우편으로 점자로 제작된 ‘이병석 국회의원 정기국회 정책연구보고서’가 도착했다. 찬찬히 내용을 읽어보니 알차게 내용이 구성돼 있었으며 읽고 있는 나로 하여금 새로운 것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했다. ‘자원’에 관한 내용인데 안정적인 자원 확보에 관해 새로운 시각에서 판단하고 생각해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지금 나는 이병석 국회의원의 보고서가 좋다는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다. 정기국회 정책보고서인데 어떤 국회의원이건 충실히 작성하고 설득력있는 주장을 내놓았지 않았겠는가? 그 자료 속에서 모르던 것을 알게 되고 생각지도 못했던 것을 생각하게 됐으며 잊고 지낸 많은 것들을 일깨울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고,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점자 및 녹음정보로 제작돼 전달될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던 것이다.
나는 시각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그래서 일반 아이들이 읽는 동화책도 그림책도 못봤다. 그 대신 나는 동화 테이프를 들었고 점자를 배운 다음부터는 점자로 된 동화책을 읽었다. 요즘에는 컴퓨터를 이용해 책을 귀로 들어서 읽고 점자책을 통해 손으로 만져 읽는다. 남들은 눈으로 읽는 책을 나는 귀로 손으로 읽는다. 그런데 늘 다양하지 못한 자료 종류와 풍부하지 못한 자료량에 갈증을 느끼고 있다.
이병석 의원의 의정 보고서는 나에게 있어 쉽게 구할 수도, 접할 수도 없는 종류의 자료이며 그렇기 때문에 더 유익하고 특별한 정보인 것이다.
아는 것은 정말 힘이 된다고 생각한다. ‘생각하는 인간’으로서 제대로 생각하는 것만큼 큰 힘이 있겠는가? 알면 판단력과 안정감, 유연성이 생기며 삶이 여유롭고 풍성해지는 것이다. 시각장애인도 일반인 못지 않은 좋은 생각을 하며 살아갈 수 있고 그러기를 원한다.
이재호(포항점자도서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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