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훤의 아버지 아자개는 농사지으며 살다가 진성여왕이 등극할 무렵 尙州땅 주인이 됐다. 아자개가 농사 지을 시절에 견훤이 태어났다.
젖먹이 견훤은 부모가 들일 할 동안 수풀에 뉘어져 있었는데, 가끔 암호랑이가 와서 젖을 먹여주었다. 사람들이 범상치 않게 여겼는데 자라면서 역시 4형제중 가장 지략이 뛰어나 ‘걸출’이라 불렀다고.
신라 55대 경애왕시절, 최은함이 狼山 중생사 관음보살에 빌어 늦둥이 아들을 얻었다. 그 때 견훤이 포석정을 범하자 그는 갓난 아이를 관음상 밑에 놓고는 “이 아이를 주셨으니, 살려주십시오” 하고 돌아섰다.
견훤이 보름 후에 신라를 떠나자 최은함은 곧바로 중생사로 왔다. 아이는 금방 목욕한 듯하고 입에서는 젖냄새가 나고 있었노라고 삼국유사는 적고 있다. 이 아이가 바로 고려의 대학자 최승로. 경주 남산 암사슴이 와서 젖을 먹여주었는지 모를 일이다.
영국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키플링이 1894년 ‘정글북’이라는 아동소설을 펴냈다. 모글리라는 아기가 시오니산에서 부모와 떨어져 호랑이에 쫓기자 늑대가 이 아이를 보호하고 젖먹여 키운다. 그 후 모글리는 늑대들과 함께 맹수들과 싸우기도 하고 탐욕스러운 인간들을 응징하기도 하는데, 소년소녀들에게 자연존중심과 용기와 자존심을 심어준 작품이다.
최근 남미 서해안 칠레에서 10년 가까이 들개들과 어울려 동굴에서 살아온 소년이 발견됐다. 젖먹이 때 부모로부터 버림받고 암캐의 젖을 먹고 자랐으며, 경찰이 체포하려 하자 미친 듯이 저항했다고. 이 아이를 정상적인 인간으로 만들 수 있을지, 더 미치게 만들어 제명대로 못살게 할지 걱정이다.
老子는 말했다. “덕이 두터운 사람은 갓난 아이와 같다. 벌, 전갈, 독사도 쏘거나 물지 않는다. 사나운 짐승도 할퀴지 않는다. 독수리도 덮치지 못한다” ‘왕필’은 “갓난 아이는 욕심이 없고, 덕이 두터운 사람도 그와 같으니, 해치는 자가 없다는 뜻”이라고 해설했다.
맹수도 위대한 인물을 알아보고, 인간을 친구로 삼는다. 그런데 인간은 동물을 못죽여서 안달이다. 아무래도 동물이 인간보다 道에 가까운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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