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肥滿(비만)’의 ‘肥’자는 고기육(肉)변에 巴(파)의 음이 합쳐진 글자. ‘산해경(山海經)’에 ‘巴’는 코끼리를 잡아먹는 뱀이라 했다. 코끼리를 잡아먹을 정도면 덩치가 엄청 큰 뱀.
미국서 72㎏의 40대 남자가 203㎏의 40대 아내를 버리고 158㎏의 30대여인과 바람을 피우다가 신문에 난 적이 있었다. 매스컴으로부터 ‘패티게이트(Fatty Gate)’로 불리운 이 스캔들의 주인공은 ‘뚱보권익옹호단체’ 회장과 그 단체의 여성사무국장이었다. 보통회원도 아닌 회장과 사무국장의 염문은 단체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더구나 회장이 조강지처와 이혼하고 새애인과의 결혼을 발표해 회원들로부터 비난이 빗발쳤다. 회장이 회원들의 권익을 위한 일은 안하고 엉뚱한 짓을 해 단체의 대외이미지를 먹칠했다는 것이었다. 72㎏의 보통체중을 가진 회장이 200㎏이 넘는 거구의 여인과 결혼했을때 ‘부부의 행복엔 뚱뚱한 것이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했다며 ‘뚱보들의 우상’이 되기도 했다.
그가 조강지처를 배반하고 사랑에 빠진 사무국장 역시 150㎏이 넘는 거구로 ‘비만여성전문잡지’의 표지모델로 나올 정도. 뚱보들 세계선 ‘미모’를 인정받았다. 회원들이 비분강개한 것은 두여인이 모두 뚱보이긴 하지만 아내보다 덜 뚱뚱한 여인에 빠져 뚱보들의 ‘자긍심’을 뭉개버렸다는데 있었다.
최근 개그우먼 이영자의 살빼기시비가 한국판 ‘패티게이트’ 파문을 일으켰다. 98㎏의 체중을 10개월만에 64㎏까지 줄인 것을 둘러싸고 이영자와 지방흡입술 수술을 해준 의사와의 시비가 그 발단. 수술받은 사실을 숨긴 이영자에 대한 비난과 환자의 비밀을 공개해서는 안되는 윤리를 팽개친 의사를 질책하는 양론이 팽팽히 맞섰다.
두사람이 망신을 자초한 것은 물욕때문. 얼굴밴드 ‘땡김이’ 수익금을 놓고 양측의 알력이 화근이었다. 물욕은 인간의 본능이긴 하지만 서양사람과 달리 동양인은 그리 탐욕스럽지 않았다. 물질보다 인정을 중히 여기는 면이 강했다.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최영장군의 경고도 물욕을 멀리했던 생활신조서 나왔다. 체중을 줄이면서 욕심을 줄이지 못한 것이 재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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