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上시인이라 불리는 천상병은 서울 상대를 다녔지만 장사공부에는 전혀 뜻이 없었다. 세속적으로 무능하고, 文靑들 하고만 어울렸다. 詩와 평론은 밥이 되지 않아 늘 굶주리다가, 정신이 이상해지더니 돌연 자취를 감춰버렸다.
몇년이 지나 文友들은 ‘어딘가에서 행려병자로 죽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의 시편들을 모아 유고집 ‘새’를 71년도에 펴냈다. 그후 천상병은 도봉산 기슭에서‘매우 정상적인 사람’으로 발견됐다. 게처럼 옆으로 비실비실 걸어가다가 아는 사람을 만나면 이름을 정확히 부르며 “돈 백원 줘! 돈 백원 줘!”해서 탁주값 마련할 줄도 알았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별 와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그가 제일 아끼던 시 ‘歸天’ 전문이다.
세 친구가 교통사고로 천국에 갔더니, 선배귀신이 물었다. “관속에 누워 있을 때 문상객들이 무슨 덕담 해주기를 바랐는가?” 한 사람은 “그는 당대의 위대한 의사였고 가정적인 사람이었다는 말을 듣고 싶었습니다” 또 한 사람은 “그는 후세대에게 큰 영향을 미친 교사였고 자상한 남편이었다는 말을 듣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세번째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아니, 이 사람 지금 움직이고 있잖아! 그 소리 듣고 싶었는데…”소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뜻.
미국에는 산 사람 앉혀놓고 장례식을 거행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죽은 사람 보고 천하 없는 추모사를 해봐야 그게 무슨 소용. 살아 생전에 덕담을 듣게 해주는 게 낫지”
그렇다고 생때같은 사람을 놓고 영결식을 거행할 수는 없고, 살 날이 몇주나 한 달 정도밖에 안남은 사람을 앉혀놓고 마구 칭찬을 해줘 기분좋게 천국 가서, ‘참 아름다웠다고 말하게’ 해주려는 배려라고.
선배귀신 천상병도 이제 “아름다웠습니다”라고 말하는 흰둥이 후배귀신들을 상당히 거느리게 되었다. 그는 이제 하늘도 살 만한 곳이라 여길 듯. 서로 덕담해주면 이승이나 저승이나 다 아름다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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