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이 중남미 6개국을 순방한 적이 있었다. 강대국에 무릎꿇기 싫어서 바락바락 대들면서 가난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회주의국가들을 친선방문한 것이었다. 그 때 江주석은 쿠바 평의회 의장 카스트로에게 7언절귀 한수를 적어주었다.
“화창한 여름날 아침 채색구름 헤치고 떠나/ 멀리 南美땅을 열흘이나 떠돌았네/ 바다 건너 바람소리 미친 듯 비를 머금었는데/ 푸른솔 의연한 기상 산처럼 우람하네”
미국의 경제제재에 굴하지 않고 80 노구에도 쿠바를 의연히 이끌어가고 있는 카스트로의장을 칭송하는 詩句. 당나라 이태백의 시 ‘백제성을 일찍 떠나며’에 기대어 자신의 심정을 노래한 작품. 이 시는 얼마전 人民日報 1면 머리에 실려 세상에 알려졌다.
질세라 주룽지총리의 詩가 ‘중화시사’라는 시전문지에 실렸다. 그가 中·日전쟁때 잠시 피난했던 호남성 서쪽의 마을을 60년만에 찾아가 그 감회를 적은 작품이다.
“상서(湘西)에 가보길 60년 꿈꿨는데, 옛마을 어느새 딴세상 됐구나. 吉首학당에는 준재도 많았고, 張家界 산정에는 신선이 살았지/ 그 곳에 새 도시가 어느새 들어섰고, 벌거숭이 산구릉들이 시원키는 하다마는/ 맑고 시원한 호숫물 언제 볼거나, 아무래도 이 꿈은 못이룰 것 같구려”
중국도 개발바람을 타고 자연이 망가지고 도시가 들어서고 하니 예전의 아름다운 자연을 다시 못볼 것같아 안타까운 심정. 중국 정치가들은 이렇게 멋진 시 한수씩을 지어 ‘자연보호정책’을 공포하는 멋을 가졌다.
임진왜란 때 큰 전공을 세우고 전쟁 끝난 후 교토로 건너가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외교협상을 벌였던 전권대사 사명당 유정이 당시의 심정을 읊은 시가 요즈음 발견됐다.
“머리풀고 먹물옷 입은 노인/ 눈빛은 천지 가운데 있네/ 하늘안개 大氣를 머금고/ 홀로 무지개 같은 기운을 세우네” 이 협상을 기필코 성공시키겠다는 의지. 유정대사는 40만명의 포로를 데리고 돌아왔다.
國事를 돌보는 사람들이 이처럼 시를 지어 心中을 내보이는 일이 참으로 멋스럽게 보인다. 그런데 지금의 정치인들은 왜 그런 멋을 모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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