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의 갈채와 환호를 갈망하는 것이 정치의 속성. 때문에 국민의 환심을 사려고 분수에 넘치는 선심을 쓴다. 경제논리는 이와 반대다. 내핍과 긴축을 요구하는 경제정책은 인기가 없다. 정치의 속성과 경제논리를 잘 조화시켜야 훌륭한 정치지도자란 소리를 듣지만, 많은 통치자들이 대중의 인기를 지나치게 의식해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에 빠진다.
포퓰리스트의 대표적 인물이 아르헨티나의 `후안 페론 前대통령. 두번에 걸친 대통령 재임 10년은 대중에 영합하는 ‘포퓰리즘의 파노라마’였다. 대중의 갈채를 이끌어내는 천재였던 페론은 결국 그 덫에 걸려 나라도 결단내고 자신도 파멸했다.
군사정권의 노동장관을 하면서 노사분규때마다 노조편을 들고, 노동조합원의 복지향상을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 노동자와 도시서민층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았다. 페론의 포퓰리즘에 위협을 느낀 군사정권은 그를 해임하고 수감했다. 그러자 그의 석방을 요구하는 대규모 군중시위가 일어났고, 군사혁명위는 결국 굴복, 그를 석방했다. 페론은 그뒤 대중의 지지를 업고 대통령이 되자 노동자의 실질임금을 20%나 대폭 올렸으며 군숙정작업과 함께 장교들의 봉급도 크게 인상했다.
그런데도 경제는 잘 굴러갔다. 그것은 2차대전후 유럽 농업의 황폐화 덕분에 아르헨티나는 곡물수출로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여 번영을 누렸다. 수출로 벌어들인 國富와 대중인기에 도취된 페론은 복지사업과 노동자 임금인상에 다 쓰면서 미래를 위한 기술투자엔 소홀했다.
그 사이 유럽농업이 회복되고 농산물 수출이 격감, 아르헨티나 경제는 마구 내리막길을 달렸다. 국민의 불만을 누르기위해 ‘공직 비방 금지법’을 만들어 야당인사와 반체제인사들을 투옥 처형하는 철권을 휘둘렀다. 그리고 정부에 고분고분하지 않는 신문사에 신문용지공급을 막았다.
결국 페론은 군사쿠데타에 의해 쫓겨났고, 그의 포퓰리즘도 막을 내렸다. 최근 한 야당간부의원이 ‘언론정국’과 관련, 현정권을 “페론식 포퓰리즘성격이 짙다”고 비판, 여야논쟁이 되었다. ‘우선 먹기 곶감식’ 포퓰리즘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페론에서 배우게된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