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백색의 공포에 휩싸였다. 특히 백인들이 더 백색노이로제에 걸려 있다. 우편물 탄저균이 여기저기 배달되고 탄저병환자 속속 나타난다. 밀가루 보고도 기겁을 한다.
2차대전 당시 영국은 탄저균 생산기지를 만들었다. 히틀러의 생화학전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영국 서쪽 연안에 ‘그뤼나드’라는 섬이 있는데, 여기서 영국은 탄저균 실험을 했다. 양들을 울타리속에 몰아넣고 탄저균 포자를 담은 폭탄을 터트렸는데, 3일째부터 양들이 죽기 시작했다.
실험은 성공적이었으나, 섬 은 황무지가 됐다. 탄저균은 흙속에서 100년이상 살아가니 섬은 온통 탄저균 투성이. 사람이든 동물이든 살 수 없는 땅이 돼버렸다. 흙 표면을 긁어내고 철저히 소독했지만, 아직 안심할 수 없다고 한다. “탄저균은 공기속에서는 24시간 가량 살지만, 땅속에서는 수백년 살아가니 뿌리뽑기는 어렵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탄저균에 감염되면 몸이 석탄처럼 까맣게 타서 죽는다 해서 ‘탄저병’. 감염경로는 3가지인데, 숨길을 통해 폐로 들어가면 90% 사망, 음식을 통한 감염은 치사율 25%~60%, 피부를 통해 들어오면 20%가량이 죽는다. 페니실린 같은 항생제로 치료받지 않으면 그렇게 된다는 것. 예방백신은 일반화돼 있지 않고 미군만 소량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병균을 전쟁에 이용한 사례는 많다. 이탈리아는 페스트균으로 적을 몰아냈고, 스페인은 남미 원주민들을 공격할 때 천연두를 퍼트려 순식간에 전멸시켰다. 독일 나치는 독가스로 유대인 600만명을 학살했다. 일본의 옴진리교는 도쿄지하철역에 사린사스를 뿌려 12명이 사망하고 5000여명이 다쳤다.
생화학·독가스무기는 인류를 전멸시킬 것이니 이것만은 막자고 1972년 143개국이 생물무기의 연구, 개발, 생산을 금지하는 ‘협정’을 맺었지만, 오늘날‘탄저균 무기’를 배달하는 ‘더러운 전쟁’이 시작됐다.
‘배달 탄저균’은 소수의 사람이 다치지만, 액체상태로 만들어서 비행선에 달아 도시위에서 터트리면 시민 전체가 병들 수 있다. 지구의 종말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느낌이다. 인간은 지구상에서 살아갈 자격이 없는 최고 바보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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