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 섬 사람들은 “우리는 神의 나라에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섬이란 神이 인간을 위해 내려준 선물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海神이 섬 하나를 떠밀어올려주거나 天神이 뚝 떨어트려주고, 神이 마음 변하면 되가져간다고 믿는다.
남태평양의 섬들은 대체로 화산폭발로 생겼다. 수천길 바다밑에서 화산이 터지면 그 용암이 물위로 솟아오르기도 하는데 그것이 그대로 굳어지면 섬이 된다. 그 섬에서 또 용암이 터지면 섬 자체가 사라지는데, 섬사람들은 이것을 ‘신이 섬을 되가져간 것’이라 생각한다.
바다밑에서 화산이 터져도 그 용암이 물위까지 솟아오르지 못하고 물속에서 어중간하게 굳어버리면 ‘섬’이 되지 못하고 ‘암초’가 돼버린다.
독도가 ‘섬’이라 불리어지는 것은 뾰족하게 튀어나온 두개의 봉우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고 그 밑에는 엄청나게 큰 ‘암초산’이 받치고 있다. 바닷물이 줄어든다면 울릉도 만한 바위섬이 된다.
거대한 암초 근처는 고기들의 천국이다. 해류가 암초에 부딪히면 큰 소용돌이를 일으켜 물이 뒤집히는데, 이 때 영양염류와 프랑크톤이 위로 떠오른다. 이 먹이를 따라 물고기들이 몰려와서 “물 좋다” 하고 눌러사는 것이다.
경북 울진군 후포에서 20여km, 뱃길로 1시간 가는 해역에 ‘왕돌초’가 엎드려 있다. 폭발때 용암이 물위까지 솟구치지 못하고 100~200m수면아래에서 굳어버렸다. 그래서 ‘섬’이 못되고 애석하게 ‘암초’가 되고말았다.
이 왕돌초는 76년도에 국립수산진흥원 탐사팀에 의해 발견됐는데, 그동안 어자원이 많이 훼손됐다. 당초 47종이던 어패류가 지금은 29종만 남아 있다. 25년동안 18종이 멸종된 것이다. 이것을 되살리기 위해 수산진흥원과 경부수산자원연구소가 2004년까지 잘 관리해서 ‘동해황금어장’으로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다.
‘키워서 잡아먹는’ 바다목장도 좋지만, 바다속 어딘가에 잠겨 있을 왕돌초들을 찾아내는 탐사 연구가 더 필요하다. 이것은 ‘효자암초’를 얻어내는 일이다. 남태평양 섬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거대한 암초는 실로 ‘신의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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