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여 나를 위해 울지마라’.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아르헨티나의 국모 ‘에바·페론·에비타’를 추모하는 노래. 에비타가 아르헨티나국민에게 ‘나는 비록 죽지만 영혼은 영원히 여러분들과 함께 할 것이니 눈물을 흘리지 말라’고 당부한 가사. 지금 아르헨티나국민은 그 당부에도 불구, 눈물로 이 노래를 애창한다.
시골서 사생아로 태어난 에바는 15살때 배우가 되겠다고 무작정 부에노스아이레스로 갔으나 겨우 라디오방송국 단역성우가 된다. 그후 군부실력자 후안·페론과 결혼했고, 에바는 노농자의 힘을 빌어 페론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국고를 털어 노동자에게 백지수표를 남발, 선심정책을 편 대가로 노동자들은 그녀에게 ‘에비타’라는 애칭을 선사했지만, 지금의 국가 파국은 그때 이미 싹턴 것.
아르헨티나의 부도와 경제파탄을 두고 영국 BBC방송은 ‘탱고를 춰야할때 디스코를 춘 꼴’이라면서 아르헨티나정부의 지나치게 경직된 정책운용을 비꼬았다. 10년전에 도입한 달러페소의 1대1고정환율제를 그대로 고수한 것이 아르헨티나경제파탄의 지름길이 되었다. 이 정책은 처음엔 초인플레를 잡고 통화 안정의 효험을 봤지만 브라질등 주변국통화의 절하속에 무역수지균형기능을 상실했고 무역적자가 가속화, 경제추락의 서곡이 되었다.
아르헨티나경제를 초토화시켜 ‘부도(default)국’으로 만든 원흉은 만연된 부정부패, 지도층의 도덕적 해이, 리더십부재라 할수있다. 20세기초만 해도 영국을 넘볼정도로 세계 5대경제강국 이었던 아르헨티나가 어쩌다 이지경까지 되었는지. 지금 국민들이 흘리는 눈물은 나라를 거들낸 국정책임자들에 대한 원망과 분노의 눈물이다.
아르헨티나는 외화유출을 막아보려고 지난 연말 ‘1000달러 이상 예금인출 제한조치’를 발표했다. 그런데 극비리에 추진된 이 정책이 발표되기전 3일만에 172억달러가 은행서 인출돼 해외도피됐다.
그 달러는 거의 고위공직자들의 돈으로 정보가 사전에 샌 것. 이런 파렴치한 지도자밑에서 나라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요즘 꼬리무는 게이트서 불거지는 지도층의 부도덕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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