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倭가 처들어올것 같은가” “반드시 침범해 올것입니다”선조의 물음에 황윤길의 대답이었다. “아직 일본은 군사를 일으킬 기색이 보이지 않았읍니다. 황윤길의 말을 듣고 민심을 동요시켜서는 아니됩니다” 김성일의 대답은 달랐다.
“풍신수길의 사람됨은 어떠하더냐” 선조의 물음에 “수길의 눈에 광채가 나는 것을 보아 필시 담력이 있고 지략이 있어 보였읍니다”황윤길이 대답하자 “아니옵니다. 그 눈이 쥐눈과 닮아 보였으니 염려 마십시요” 김성일은 또 정반대의 대답을 했다.
일본에 외교사절로 갔다온 두신하의 대답이 엇갈리자 宣祖는 기가찼다. 그래서 동행했던 허성에게 물었다. 허성은 김성일과 같은 동인이었으나 서인 황윤길을 지지, “왜놈이 처들어올 것 같았읍니다” 했다. 이긍익의 ‘연려실기술’에 있는 三使의 보고 내용이다.
똑같은 사실을 보고왔으면서도 붕당이 다르다고 엇갈린 보고를 했던 것이다. 이들 使臣이 갔을때는 일본이 침략준비에 한창일 때였다. 그런데도 당리당략에 얽매여 왜군이 처들어오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했으니 붕당의 폐해가 어떠했겠는가 짐작할 수 있다.
일본에 가보지 않고 왜란이 일어날 것을 예측한 토정 이지함은 난리를 대비, 가족들에게 달리기와 걷기운동을 시켰다. 그만큼 전쟁기운이 팽배되어 있었는데도 돌아온 사신들의 엇갈린 보고로 방비를 소홀히해 참화를 자초했다.
최근 부시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對북한 강경외교를 두고 여야의 엇갈린 시각을 보면 임진왜란직전 동서분당으로 인한 외교혼란을 답습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더욱이 야당총재의 訪美중의 발언을 싸고 여야의 첨예한 공방전은 한미관계의 이상기류를 증폭시킬 우려마저 있다. 설상가상으로 “북한의 핵과 생화학무기는 남한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닐 것이다”라는 최근 통일부장관의 발언은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하면서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국가안위가 걸린 안보외교는 당리당략을 떠나 초당적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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