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마 빈 라덴’이란 이름은 점점 잊혀져가지만 그의 생사는 여전히 궁금하다. 그가 마지막 얼굴을 비췄던 곳은 아프간 토라보라 산악지대. 미군은 이 곳을 혹독하게 부쉈다.
공습후 이 지역을 1주일이나 샅샅이 뒤지고, 알 카에다 병사 300명을 붙잡아 심문했지만 빈 라덴의 행방을 알아낼 수는 없었다. 시체들의 유전인자를 분석해서 ‘빈 라덴의 유전인자’와 동일한 것이 있는지 조사를 한다지만 아직 밝혀진 것은 없다.
화물선을 타고 도주했을 것, 여자처럼 부르카를 뒤짚어쓰고 도망했을 것, 폐병으로 토라보라에서 죽었는데 측근 30명과 가족들이 장례 치르는 것을 봤다는 둥 說만 무성하다.
빈 라덴의 행방은 묘연하지만, 그가 버리고간 토라보라지역 동굴들은 지금 돈벌이 잘 되는 관광명소가 돼 있다. 한국돈 40만원정도 내면 비밀동굴들을 보여주고, 알 카에다대원들이 버리고 간 아랍어교본과 폭발물 설치법 등 각종 군사문서들을 관람할 수 있으며, 1천만원 가량을 내면 빈 라덴이 살던 동굴호텔까지 보여준다.
그가 서방세계에서는 ‘테러집단의 두목’이지만 이슬람교도들에게는 ‘위대한 영웅’이다. 뿐만 아니라 태국 방콕 교외에 있는 ‘와트 크란반케오’라는 사찰에서는 빈 라덴의 等身像을 조성, 神으로 모셨다. 600년 역사의 이 사찰에는 힌두교신 등 각종 신 20여개를 모시고 있는데 빈 라덴도 ‘신의 자격’으로 최근 入宅했다.
‘빈 라덴 神像’은 건축학교수 톤 루안이 제작했는데, 두 빌딩위에 독수리가 올라서 있고 그 독수리 등판에 빈 라덴이 걸터앉아 있다. 독수리는 미국의 상징, 빌딩은 세계무역센터. 루안은 “빈 라덴의 강력한 에너지가 액운을 막아줄 것”이라 했다.
오사마 빈 라덴이 죽었든 살아 있든 그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는 생사간에 神으로 추앙되고 있다. 불교를 국교로 하는 태국에서조차 그를 神宮에 모셨다면 이슬람국가들이야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처참하게 패한 빈 라덴은 신이 됐지만, 이긴 부시대통령은 ‘악의 축’ ‘악의 화신’ 등 ‘惡’자를 달고 다닌다. 이번 동북아 3국을 순방한 저의가 무엇인지 아직도 아리숭하나, 아무쪼록 ‘평화의 축’이 돼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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