냇가에 나무를 심는 것은 물론 둑을 튼튼히하기 위함이지만, 고기들을 꼬여들이는 수단도 된다. 나무밑에는 고기들이 잘 모이는데 이런 숲을 魚付林이라 한다. 나무에는 벌레들이 덤비기 마련, 물위에 드리운 나뭇가지에 곤충이 매달려 있으면 고기들은 펄쩍 뛰어올라 잡아먹는다. ‘밥’이 있으니 고기들이 꼬여드는 것이다.
새들도 고기들의 이런 습성을 이용해 사기를 친다. 새들은 벌레를 부리끝에 물고 물가에 앉아 기다린다. 먹는 일만 생각하는 물고기의 눈에는 곤충만 보일 뿐 새는 안보인다. 물고기가 벌레를 먹겠다고 펄쩍 뛰어들면 물새가 잽싸게 물고기를 낚아챈다.
미끼로 쓸만한 벌레가 없으면 ‘벌레처럼 생긴’ 나뭇토막을 물고 앉아 있다. 물고기는 그것도 모르고 덥썩 물다가 물새 뱃속으로 끌려들어간다.
침팬지도 사기술에는 일가견이 있다. 진액이 많이 흐르는 풀줄기를 꺾어 개미구멍에 밀어넣는다. 개미들은 “이게 왠 불로소득이냐” 싶어 풀줄기에 잔뜩 달라붙어 진액을 빤다. 이 때 챔팬지는 풀줄기를 빼내 유유히 개미들을 훑어먹는다.
반딧불이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불빛의 밝기와 색깔, 반짝이는 점멸의 간격 등이 서로 다르다. 짝짖기때가 되면 암컷은 동족 숫컷의 불빛을 보고 접근한다. 반딧불이 중에는 반딧불이를 잡아먹고 사는 놈이 있다. 이놈들의 사기술은 천재적이다. 각종 불빛을 모두 흉내낼 수 있는데, 근처에 있는 암컷의 불빛과 같은 빛을 반짝이며 “나도 신랑감이다” 유인해서 잡아먹어버린다.
세상의 모든 동식물들이 다 조금씩은 사기성이 있고, 머리 좋은 놈일 수록 더 심하지만, 그래도 소(牛)만은 우둔할 정도로 정직하다. 청소 소싸움에 나온 소들이 ‘기술’은 쓰지만 ‘속임수’는 안쓴다. 힘이 달리면 깨끗이 패배를 인정하고 돌아서 가지 결코 어거지를 쓰거나 不服하지 않는다.
이런 정정당당한 소싸움 뒷켠에는 ‘인간들의 야바위’가 어김 없이 따른다. 상가 사기분양으로 경찰에 잡혀가고, 판돈 1천만원 이상이 걸린 윷놀이 도박판, 국밥 한 그릇에 1만원 넘게 받는 바가지. ‘세계적인 관광자원’이 되고 있는 청도소싸움축제가 이런 술수꾼들이 설치는 통에 뒷맛이 개운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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