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89세의 할머니가 미국의 정치자금관행을 개혁하기위해 ‘미대륙 도보 횡단’에 나섰다. 1999년 1월1일 ‘도리스·해독’할머니는 대기업, 노조, 이익단체들이 정당에 무제한적으로 기부할 수 있도록 한 ‘소프터머니(Soft money)’금지를 주장하며 대장정에 나선 것.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에서 출발한 도리스 할머니는 하루 16㎞씩 쉬지 않고 걸어 아흔살 생일날인 2000년 1월24일 최종목적지인 워싱턴국회의사당까지 총 4880㎞의 도보여행을 끝냈다.
할머니는 “출발전에는 천식이 있었는데 걷다보니 다 나았다”면서 “이웃사람들과 손자들이 보고 싶어 당장 집으로 돌아가고 싶을때가 많았으나 내가 길을 떠난 이유를 생각하고 마음을 다잡았다”고 했다. “지역구 상·하의원에게 아무리 편지를 보내도 답장은 커녕 만나서 말 한마디도 할수 없었다. 그 사람들은 돈을 많이 주는 이익단체나 기업인들만 만나고 보통사람들의 고충엔 관심 없었다. 미국을 바꾸고 풀뿌리민주주의를 되찾기위해 대장정을 결심했었다”고 말했다.
할머니의 열성에 감복, 도보여행경비를 대겠다는 기업들이 많았으나 “아무리 적은 돈이라도 그것을 받으면 그 사람의 영향을 받게된다. 애당초 내가 횡단길에 오른 것은 그 같은 관행을 깨는데 있었다”며 후원을 거부했다. “돈이 민주주의 망치는 꼴을 방관할 수 없다”는 할머니의 뜻에 호응, 쇄도한 국민들의 서명이 국회에 제출됐다.
도리스할머니의 정치자금개혁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지난 2월14일 미국 하원은 ‘소프트머니, 기부한도 제한’을 골자로 하는 ‘선거자금법개혁안’을 통과시켰다. 무제한적이던 소프터머니기부를 ‘1만달러 이하’로 제한하고, 정치자금지출내용을 24시간내 공개토록하는 획기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미국정치의 일대 격변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민주당 김근태고문의 정치자금 ‘고해성사’가 정치권에 태풍을 일으키면서 정치자금개혁론에 다시 불을 지폈다. 수천억, 수조원이 선거판에 투입되고도 ‘정치발전’이 없는 ‘고비용 무효율정치’에 국민들도 지쳤다. 재계도 “부당한 정치자금은 제공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도리스할머니처럼 국민들이 돈정치 개혁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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