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174년 “흙비가 내렸다”, 478년과 700년 “노란비와 붉은 눈이 내렸다”. 고려때도 “흙안개가 4일간 지속됐다” “7일동안 눈을 뜨고 다닐 수 없었다”. 조선조에도 “하늘에서 피비가 내려 풀잎이 붉게 물들었다”, “14일간 흙비가 내려 옷에 황토물이 얼룩졌다” “흙비는 임금이 정치를 잘못했거나 자격 없는 사람이 높은 자리에 앉은 응보”라는 기록도 있다.
지난 며칠간의 황사는 지독했다. 중국에서도 ‘20년만의 최악’이라 한다. 비행기가 떠지 못하고, 초등학교가 휴교하고, 휴대폰이 전파방해를 받아 끊기거나 잡음이 심하고, 반도체 등 정밀기계공장에 비상이 걸렸다.
황사 알갱이는 너무 미세해서 코에서 걸러지지 않고 그냥 폐로 들어간다. 촘촘한 콧털도 황사를 막지 못한다. 황사 속에 중금속 등 유해물질이 잔뜩 실려 있는데 이것이 폐와 기관지와 눈을 결단낸다.
농작물과 가축 피해도 심하다. 미세 먼지가 잎사귀에 달라붙어 숨구멍을 막아버리니 작물들이 헉헉하고, 황사에 구제역균이 실려올 수 있으니 축산농가는 기겁을 한다. 돼지우리를 비닐로 빈틈 없이 덮고 사료도 황사에 노출되지 않게 갈무리하는 일이 여간 고역 아니다. 작년에는 ‘황사에 실려온 구제역’ 때문에 돼지수출길이 막혀 곤욕을 치렀다.
‘전쟁통에 돈 번 사람’이 있듯이 황사덕을 보는 쪽도 있다. 눈 씻어내는 화장수와 안약, 얼굴 닦는 크림, 안경, 공기청정기, 세차장, 자동차에어크리너, 엔진오일, 안과와 내과병의원, 음식배달업소 등등이 ‘황사특수’를 누린다.
그러나 “황사란 자연파괴의 응보요, 자연의 보복적 재앙이다”이어서 일종의 天罰이다. 중국 서북부와 몽골에서는 녹지의 사막화가 점점 심해진다. 급격한 산업화와 개발바람을 타고 사막은 넓어지고 황사는 점점 심해지는 것이다.
중국은 이 ‘사막화 행진’을 늦추려고 한·중·일 환경장관회의를 열고 “사막의 녹지화를 도와주시오” 통사정하는데, 한·일의 반응은 그동안 시큰둥했으나, 이번의 ‘황사맹폭’을 당하고는 아무래도 생각을 바꿔야 할 것같다.‘사막의 녹지화’는 어느 한 나라의 일이 아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자연파괴적 개발논리’에 매달려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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