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시대를 통털어 으뜸가는 재상으로 관중(管中)이 꼽힌다. 그는 제나라 환공을 40년간 보필해 그를 춘추시대의 패자(覇者)로 올려놓았다.
관중이 중병에 걸려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을때 환공은 관중에게 물었다. “다음 재상감으로 역아(易牙)가 어떻소?” “역아는 주군이 인육을 먹어본 적이 없다고 하자 자기 자식을 죽여 주군에 먹여 출세의 발판으로 삼은 자입니다. 이것은 인륜을 배반한 것입니다. 이런 인물은 절대 안됩니다” “그러면 개방(開方)은 어떠하오?” “개방은 본디 위나라 공자이면서 주군께 잘 보이려고 자기 친족을 내친 사람입니다. 이 사람 역시 인정을 저버렸습니다” “그렇다면 수조는 어떻소” “수조는 출세하기 위해 스스로 거세해 주군에게 아첨했습니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인간적 행위입니다. 이런 사람을 쓰면 안됩니다”
관중이 죽은후 환공은 관중의 충고를 무시하고 그 세사람을 측근으로 등용했다. 권력이 이 그들의 손아귀에 들어가자 각각 자기가 미는 태자를 등에 업고 권력다툼을 벌였다. 그로부터 제나라는 망국을 향해 치닫기 시작했다.
송나라에 한 술장수가 있었다. 술맛도 좋고 술인심도 좋았으나 손님이 통 들지 않았다. 도무지 까닭을 알수 없어 술장수는 친구에게 왜 자기집 술이 팔리지 않는지 물어봤다. “자네집에 개가 있던데 그 개가 혹시 사나운 개가 아닌가?” 친구가 되물었다. “개가 사나우면 술이 안팔리나?” “사나운 개를 보고 누가 자네 술집에 가겠나” 하고는 한 마디 덧붙였다. “나라에도 개가 있네. 경륜과 능력을 갖춘 선비들이 임금을 만나려하면 측근들이 사나운 개가 되어 선비를 물어뜯는 바람에 임금의 총명이 가려지고, 어진 선비가 나라를 위해 쓰여질 기회가 없지”
관중도 “측근이 법과 제도를 무시하고 자기에게 유리한 사람에엔 이익을 주고 불리한 사람에겐 해를 주는 것은 사나운 개와 같다” 했다.
YS에서 DJ로 이어지는 문민정권이 국민으로부터 지탄을 받는 것은 패거리들 끼리 나눠먹는 측근정치의 적폐때문. 그런데 이런 측근정치를 비판해온 야당이 측근시비로 혼란에 빠져 있다. ‘사나운 개’가 없는 정치 할 사람 어디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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