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왕 루이14세는 1660년대에 베르사유궁을 지었다. 이궁전의 방은 다른 것과 달리 왕의 거처를 중심으로 마치 벌집처럼 원을 그리면서 밖으로 퍼져나가게 돼 있다. 그래서 왕은 늘 신하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서열이 높을수록 왕의 침실과 가까운 방이 배정됐다.
매일 아침 8시가 되면 왕족 귀족 정부관리들이 차례로 왕을 배알, 왕의 방은 1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우글거렸다. 왕궁 방마다 귀족들이 항상 대기하고 있었으며 왕의 눈밖에 나지 않기위해선 왕궁에 상주하다시피 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루이 14세가 귀족들을 자기주변에 묶어둔 것은 고립을 면하기 위해서였다. 이렇게해서 왕은 귀족들의 동정을 훤히 꿰뚫어보았고, 고립을 예방함으로써 무려 50년간 통치자로 군림할수 있었다.
통치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소외와 고독. 트루먼은 백악관을 ‘호화로운 감옥’이라 했고, 포드 대통령의 영부인은 ‘금붕어 항아리’로, 존슨 영부인은 ‘도대체 숨을 곳이 없는 곳’이라 했다. 산이 높을수록 골짜기는 깊어지는 것처럼 통치자는 대개 고독하다. 통치자의 고독은 권력을 위해 지불해야하는 대가의 일부이다.
이같은 현상은 우리라고 예외일수 없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도 거의가 ‘대통령은 외로운 자리’임을 고백했다. YS는 대통령시절 기자회견서 “대통령의 생활은 참 고독하고 인간적인 면에서 외로운 점이 많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그리고 재임기간중 ‘외롭다’는 말을 자주 입에 올렸다.
언젠가 김대중대통령도 청와대 최고위원회에서 “고통스럽다. 억울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외롭게 애쓰는 나를 도와달라”며 외로움의 고통을 호소했었다. 권력이 강력해질수록 고독도 커진다고 한다. ‘궁정친위대’인 측근들의 ‘인의 장막’에 둘러싸여 고립되기때문이다. 크롬웰은 “권력의 정점에 섰을때 가장 고독했다”고 했다. 오랜친구들은 그를 멀리했고 마지막 남은 동지마저 그를 배신했던 것이다.
최근 김대중대통령이 국무회의서 줄곧 굳은 표정으로 침묵을 지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잇딴 게이트로 심기가 불편해진 임기말 대통령의 괴로운 고독을 짐작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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