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의 아라라트山 정상은 ‘노아의 방주’가 대홍수 후 정박했던 곳이라는데, 잔해로 보이는 목재들이 발견된다.
터키는 6.26때 군대를 보내 주었고, 57년 수교후 우리는 목화와 잎담배를 터키로부터 수입했다. 이 나라국민의 99%가 이슬람교도이고, 어디를 가나 반드시 ‘뾰족한 첨탑과 둥근 지붕’을 가진 모스크가 있다.
터키는 이슬람중에서 가장 온건하다. 여성 지위향상을 위한 법제정에 항상 앞장서고, 이란, 아프간, 파키스탄 등에 비해 ‘이슬람法’이 엄하지 않다. ‘수염을 깎을 수 없어’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하는 이슬람국들과는 다르다.
터키는 이번에 최강팀 브라질과 한판승부를 벌였고, 놀랍게도 ‘선제골’을 넣었다. 그러나 터키는 1-2로 역전패당했다. 이 경기를 두고는 뒷말이 많다. 터키팀 감독은 “우리는 경기는 제압했으나 심판을 제압하지 못했다” 했다. 편파판정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말.
주심은 한국인 국제심판 김영주씨였다. 그는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 主審이 됐고,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의욕이 과했던지 호각을 자주 불었다. 그런데 그 판정은 대체로 터키팀에 가혹했다. 레드카드 하나, 예로카드 셋, 터키선수 2명이 퇴장을 당했다. 그 선수들은 향후 2번의 경기에 못나간다.
그런데 주심은 브라질선수의 엄살은 잘 들어주었다. 공이 다리에 맞았는데 얼굴을 감싸쥐고 호각소리가 날때까지 넘어져 구르는 브라질의 히바우두. 누가봐도 그것은 ‘할리우드 액션’, 과장演技(연기)였다. 그런데 주심은 터키선수에게 퇴장을 명했다.
축구에도 ‘실력’외의 ‘다른 재주’가 효력을 발휘한다. 심판의 눈을 속여 반칙을 요령 있게 하고, 넘어져 엄살 잘 떨고, 상대선수에게 지독한 욕설을 퍼부어 반칙을 유도하는 수법 등. 브라질선수들은 이 ‘다른 재주’에도 능한데, 신출나기 주심이 그 꾀에 넘어간 것인지.
아프간전쟁 이후 이슬람국가들은 풀이죽어 있는데, ‘세계적 눈총’을 받고 있는 그들이 월드컵에서도 구박둥이다. 그러나 터키팀을 열렬히 응원한 우리 관중의 자세는 아름다워보였다. 그리고 터키 선수들의 태도도 신사다웠다. 점수에는 졌으나 경기에는 이겼다. ‘구원의 방주’가 터키에 상륙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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