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전술은 군사작전에서 뿐만 아니라 동물의 세계에서도 흔하다. 약육강식의 정글법칙이 지배하는 동물세계선 위장은 적의 공격에서 살아남기위한 생존책이다. 이런 위장술은 강한 이빨과 빠른 다리를 갖지못한 약자들의 자위수단.
주위색깔과 비슷한 색깔로 자신의 몸색을 바꾸는 보호색동물들이 많다. 배추벌레는 배추잎색깔과 같아 잎사귀에 가만히 붙어있으면 여간해서 적의 눈에 띄지 않는다. 지저분하게 보이는 나방이의 무늬는 나무껍질이나 돌과 그 색깔이 비슷해 거기 앉아 있으면 좀처럼 발견되지 않는다. 이런 보호색동물중에는 청개구리처럼 나무잎에선 초록색이 되었다가 줄기에선 갈색으로 변해 주위색깔에 맞춰 색깔을 바꾸는 것들도 있다.
물고기에도 모래무지나 가자미는 모래무늬에 맞추어 몸색깔이 거므스레하다가 밝아지기도 한다. 오스트레일리아엔 낮엔 초록색, 밤엔 검어지는 메뚜기가 있다. 이런 보호색동물 외에도 너구리는 개에게 쫓기면 죽은 것처럼 엎어져 있다가 적이 느긋해진 틈을 타서 재빨리 도망친다. 이렇게 죽은 시늉을 하는 동물로는 중남미에 사는 벌새와 남아프리카에 서식하는 쥐박쥐 등이 있다.
쇠물때새는 갑자기 고양이나 족제비에게 습격을 받으면 죽어가는 것처럼 비실비실 달아나다가 적이 마음놓고 천천히 따라오면 잽사게 하늘로 치솟아 오른다. 이러한 위장은 인간세계에서도 흔하다. 특히 정치판에선 자신의 이해에 따라 카메레온처럼 색깔을 바꾸는 정치인이 대부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여야간에 ‘위장공방’이 치열해지고 있다. 서로 상대방 후보를 두고 ‘위장서민’이라고 몰아붙인다. 한나라당이 노후보를 “가만히 앉아 고문변호사료만 월1천만원 가까이 챙기는 사람이 어찌 서민이냐”며 ‘위장서민’이라고 비난하자 민주당에선 “한나라당은 이회창후보가 시장에서 오이를 씻지 않고 먹은 것을 무슨 대단한 서민행보인양 선전한다”면서 ‘위장서민쇼’ 그만하라고 반격했다.
국민의 눈에는 두후보 모두 ‘진짜서민’같이 보이지 않는다. 상황따라 환경따라 바꾸는 보호색 보다 중요한 것은 누가 진실로 ‘爲民과 애국의 마음’을 갖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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