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키퍼는 잘 해야 본전이다. 잘 막으면 ‘당연한 것’이고, 못받으면 ‘말뚝 세워놓았나’ 한다. 멋진 한골을 차넣는 스트라이커는 폼 자체가 멋져서 줄곧 ‘그림’이 되지만, 멋진 방어는 안그래서 곧 잊혀진다. 그러나 이런 인식을 바꿔놓은 선수가 이운재였다. 골을 넣는 것도 좋지만, 안먹는 것이 승리의 관건임을 가르쳐준 것이다.
세계축구사에는 ‘전설적 골키퍼’가 한 사람 있다. 1929년 소련 모스크바에서 가난한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난 ‘레프 야신’. 사람들은 그를 ‘신의 손’ ‘철의 수문장’이라 불렀고, 그가 항상 검은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해서 ‘흑거미’라고도 했다.
그는 13세에 아버지와 함께 공장에 다니며 생활비를 벌었다. 또래 소년들과 공을 찼는데, 스살이 될 무렵 ‘모스크바 다이나모팀’ 감독의 눈에 띄어 발탁됐다. 그는 아이스하키팀의 골키퍼로 2년을 보내다가 축구팀골키퍼가 됐다. 그러나 그는 2년간이나 bench warmer로 지냈다. 벤치에 앉아 의자나 따뜻하게 덥여주는 선수였다.
이 때는 그는 축구를 포기하려 했다. 이 짓 하느니 공장에서 일하면 끼니걱정은 안해도 될 것이라 여겼다. 그런데 그 때‘주전 골키퍼가 다치는 사고’가 났다. 교체돼 들어간 그는 아이스하키 골키퍼시절에 연마한 ‘예리하고 재빠른 눈’을 십분 활용, 세상이 깜짝놀랄 방어력을 보였다. 어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실력이었다.
그는 세계축구사상 골키퍼로서는 유일하게 ‘Golden Ball’을 수상한 선수가 됐고, 세계축구사상 유일하게 ‘개인의 이름을 딴 상’의 주인공이 됐다. 1994년 FIFA는 최고의 골키퍼에게 주는 ‘야신賞’을 제정했다. 이 상은 대체로 우승팀의 골키퍼에게 돌아가지만, ‘실점률, 슈팅방어율, 페널티킥 허용률’ 등을 종합 계산해 수상자를 정한다.
그동안 수상자후보에 올랐던 골키퍼는 많았다. 잉글랜드의 데이브드, 터키의 뤼슈틔 레치베, 브라질의 마루쿠스, 미국의 프리덜, 독일의 올리버 칸, 한국의 이운재 등등.
태극전사 이운재가 ‘수상물망’에 올랐다가 다소 어려워지긴 했으나, 아직은 ‘유효방어율’은 1위이니, 독일 올리버 칸의 失點여하와 29일 대구전투의 선전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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