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 없는 자본주의는 있을수 없으며 인격 없는 부(富)도 있을수 없다” 미국기업들의 잇단 회계부정에 대한 부시대통령의 경고다. 세계금융계 큰손 조지 소로스는 ‘자본시장은 법규에 바탕을 둔 시스템(Rules-Based System)’이라 했다. 기업과 투자자들 사이에 믿음이 사리지면 자본시장은 밑바닥부터 흔들리게 마련. 지금 미국이 이런 상황을 맞아 월(wall)가의 신뢰위기가 ‘세계자본시장의 안정을 위협하는 비수’가 되고 있다.
2차세계대전에서 이긴 미국은 “미국기업의 주식을 갖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국제자본시장육성을 위한 주식대중화 캠페인을 벌였다. 대공황과 전쟁으로 바닥을 헤메던 미국주식시장이 이때부터 활기를 되찾아 세계자본을 끌어들이면서 월가의 주식회사들은 ‘자본주의 총아’로 날개를 달았다.
90년대 ‘주식회사 미국’은 신경제바람을 타고 사상최고 호황을 누리자 클린턴대통령은 ‘우리세대에 가장 건실하고 가장 강력한 경제’라고 자랑했다. 미국 기업제도는 신뢰와 효율을 바탕으로 한 ‘세계경제의 모델’이 됐으며 전세계에 ‘글로벌 스텐더드’로 확산됐다.
잘나가던 ‘주식회사 미국’이 동티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말 미국 7위의 거대기업 ‘엘론’의 분식회계가 들통나면서 부터. 이어 전형적 문어발 재벌인 ‘타이코’와 ‘아델리아’ ‘퀘스트’등이 부실회계의혹으로 주가가 곤두박질, 월가를 비롯, 세계주식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최근엔 세계최대 인터네트워크업체 ‘월드컴’과 ‘제록스’의 회계부정에 잇따랐고, 무디스가 최고신용등급(AAA)을 부여한 제약회사 ‘머크’마저 매출을 부풀린 회계조작이 들통나나 미국금융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이바람에 주가는 바닥 모르게 추락하고 세계굴지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줄줄이 보따리를 쌌다.
97년 외환위기를 맞은 한국기업들에게 투명성을 훈수하던 미국이 스스로의 불투명한 회계로 신뢰위기를 자초한 것은 아이러니다. 문제는 미국발 분식회계의 불길이 국내까지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바람에 주식시장의 혼조가 거듭되면서 투자자들이 전전긍긍한다. IMF 이전의 부정회계 망령이 되살아나지 않도록 금융당국이 정신 바짝 차려야 할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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