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은 대만 아랫쪽에 있는 섬나라여서 엄연히 아시아국가인데, 그 이름은 유럽식이다. 1521년 마젤란이 이 섬에 처음 상륙하면서 곧 ‘정복’에 들어갔는데, 스페인의 황태자 ‘필립’의 이름을 따 붙인 것이 그대로 국호가 됐다.
필리핀은 7000여개의 섬으로 이뤄진 나라인데, 대부분의 섬은 무인도이고 사람이 사는 섬은 880개쯤 된다. 섬들로 이뤄진 나라는 본래 ‘콩가루국가’여서, 제 팔 제 흔드는 통에 일사분란한 통치가 안된다. 그러나 막사이사이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미국과 손잡고 질서를 잡아갔다.
이 나라는 14세기 무렵 이슬람교도들이 지배했었는데, 16세기에 스페인이 침탈하면서 가톨릭이 주인이 나라가 됐고, 이슬람인 모로족은 남부로 쫓겨가 민다나오섬을 중심으로 후크단이라는 저항군을 조직해 자주 반란을 일으켰다.
필리핀은 1946년에 식민지 신세를 벗어나 독립했으나 후크단은 끊임 없이 말썽을 부려 정국은 ‘해방후의 한국’처럼 혼란스러웠다. 그러다가 1953년 라몬 막사이사이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親美정책을 펴면서 반란도 진압되고 나라꼴도 제대로 돼갔다. 그는 국내적으로 안정을 확보해가는 한편 외자유치에도 탁월한 수완을 발휘, 순조로운 경제성장을 이룸으로써 ‘필리핀 중흥의 아버지’란 찬사를 듣기도 했다.
막사이사이는 57년 집권 4년만에 비행기 추락사고로 세상을 떴다. 이듬해 미국 록펠러재단이 50만달러를 내놓아 ‘막사이사이賞’ 기금으로 삼아 매년 5개분야에 걸쳐 시상해온다. 국내외적으로 훌륭한 일을 한 사람들에게 1만달러와 메달을 준다.
올해에는 한국의 법륜스님이 이 상을 받았다. 그는 67년 경주 분황사에서 머리를 깎고 在家법사로 일하다가 88년 정토회를 구성, 경북 문경에 정토수련원을 열어 환경운동을 해왔고, 93년 ‘국제 기아 질병 문맹 퇴치 민간기구’를 설치. 북한 어린이 1만여명에게 옥수수등을 보내고 있다. 스님은 또 인간취급 못받는 印度 천민 어린이들을 위해 학교를 지어 가르치고 먹이는 일을 해왔다.
修行과 사회참여를 함께 실천하고, 운동권스님으로 감옥살이도 했던 법륜. ‘아시아의 노벨상’을 받은 그가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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