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祖는 정성왕후가 죽자 새왕비 간택에 들어갔다. 왕이 면접시험자리에 나온 후보규수들을 둘러보는데, 다른 처녀들은 다 방석에 앉아 있는데 감한구의 딸만은 방석을 밀어두고 맨바닥에 앉아 있었다. 영조가 까닭을 물으니, “아버님의 존함이 방석에 씌어있는데 자식이 어찌 그 위에 앉으리요”했다. 방석마다 후보규수들의 아버지 이름이 써여져 있었던 것.
영조는 규수들에게 이 세상에서 제일 깊은 것이 무엇인가 물었다. 규수들의 답은 한결같이 山아니면 물이었다. 그런데 김한구의 딸은 ‘마음’이라 하면서 “산이나 물은 아무리 깊어도 잴수 있지만 사람의 마음은 잴수 없기 때문입니다” 했다. 영조는 다시 ‘제일 아름다운 꽃’을 물었다. 봉선화 모란 등 규수들의 답은 제각각이었으나 김한구 딸은 ‘목화’라고 했다. 다른 꽃들은 잠시 아름답다가 곧 시들지만 묵화는 옷이 되어 사람들을 따뜻이 해주기때문이라고.
김한구의 딸에 마음이 끌린 영조는 “이 전각의 기와는 모두 몇줄인가” 물었다. 규수들은 목을 뻬들고 기와 세느라 정신이 없었으나 김한구 딸은 눈을 내려깔고 그린듯이 앉아 있었다. “왜 세지 않는고” “벌써 다 세었읍니다” “어떻게 세었는고” “처마밑 마당의 낙수자리를 세었습니다” 규수의 지혜에 감탄한 영조는 그녀를 왕비로 맞으니, 바로 정순왕후다. 퍼스트레이디가 되려면 지혜롭고 속도 깊어야함을 가르치는 일화.
조지 워싱턴은 26세때 성품이 상냥하고 온화한 젊은 미망인 ‘마사’와 결혼했다. 남편이 대통령이 된후에도 집안음식을 손수 장만할만큼 내조가 지극했던 마사는 남편이 죽은 2년뒤 세상을 떴다. 그녀는 죽기전 남편에게서 받은 연서를 “이런 편지는 공개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모두 불태워버렸다.
최근 한나라당 이회창대통령후보 부인이 공식석상에서 ‘병풍(兵風)’에 대한 억울함을 토로하던중 “하늘이 두쪽이 나도 대선에서 이겨야한다”는 한풀이성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그동안 ‘병풍’에 오죽 시달렸으면 저런 극언까지 할까, 부인의 마음을 십분 이해한다 해도 ‘하늘이 두쪽…’은 퍼스트레이디후보로서 신중치 못했다는것이 세간의 평이다. 왕비의 덕목을 체득하기도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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