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월드컵축구서 가장 극적인 경기는 한국·이탈리아 8강 진출전이었다. 월드컵 72년사상 ‘최대이변’이라는 말을 들은 대역전드라마가 연출됐었다. 세계최강 이탈리아와 맞붙은 한국은 경기 내내 0대1로 뒤져 8강꿈은 물건너간 것처럼 보였다. 한국팀은 사력을 다했으나 이탈리아의 빗장수비 ‘카네치오’를 뚫지 못하고 있었다.
‘이젠 끝이구다’싶던 경기종료 2분전 기적이 일어났다. 황선홍이 가운데로 찔러준 공을 그간 한골도 넣지못해 절치부심하던 스트라이커 설기현이 왼발슛으로 극적 동점골을 만들었다. 경기는 연장전으로 이어졌고 동점골로 기세가 오른 한국팀은 이탈리아 문전을 계속 두드렸다. 그리고 운명의 시간이 왔다. 연장후반 12분, 경기종료 3분전, 왼쪽에서 이영표가 높이 올려준 센터링을 안정환이 해딩슛으로 이탈리아 골네트를 갈랐다. 아시아의 호랑이가 세계의 호랑이로 도약, 축구사에 새역사를 기록하는 순간이었다.
1997년 9월28일 한일월드컵예선전서 우리가 일본을 이긴 ‘도쿄대회전’의 역전드라마도 영원히 잊을수 없다. 첫골을 먼저 먹고 패색이 짙어가던 한국팀은 후반 38분에 기적같은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이어 경기종료 4분전 숙적 일본을 침몰시킨 역전골로 한국팀은 월드컵티켓을 땄다.
1977년 11월 파나마서 열렸던 WBA주니어 페더급 챔피언결정전서 홍수환의 4전5기의 환상적인 역전드라마도 잊혀지지 않는다. 투지와 근성의 사나이 홍수환은 ‘지옥의 사나이’카라스키아에 2회전서 4번이나 다운당하고도 3회 48초만에 결정타 한방으로 대역전의 위업을 이뤘다.
승부의 세계서 역전만큼 짜릿한 감동은 없다. 그것은 모든 사람을 황홀하게 한다. 지난 10일 대구구장서 벌어진 2002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서 프로야구사상 최대의 역전신화가 탄생됐다. 9대6으로 LG에 지고 있던 삼성은 9회말 ‘홈런킹’이승엽의 3점홈런에 이어 마해영의 끝내기 홈런으로 ‘7전8기’의 대역전의 감격을 안았다.
역전드라마는 스포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위대한 ‘인강승리’는 역전드라마서 이뤄졌다. 수능시험 잘못치렀다고 낙담말자. 역전의 기회는 얼마든지 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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