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국 외교장관 서울 합의 불구 중국, 일본 역사인식 강조 日 과거사 문제 장애물 계속 '아베 담화' 1차 분수령

▲ 21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7차 한중일 3국 외교장관회의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가운데), 왕이 중국 외교부장(오른쪽),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회의 시작전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한중일 3국 외교장관이 21일 서울에서 열린 회의에서 조기 3국 정상회의 개최를 위해 노력하자고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연내에 3국 정상회의가 열릴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3년 만에 진행된 이번 외교장관 회의에서는 한중일 3국의 협력 복원 의지와 함께 그동안 3국 협력의 정상적 진행을 가로막았던 일본 과거사 문제가 여전히 장애물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도 같이 확인됐다.

특히 중국이 일본 역사 인식 문제에 대해 보인 태도는 중일 양자 관계의 빠른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분석이 많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방한 화두가 역사 문제라고 할 정도로 일본을 겨냥한 '역사 공세'에 집중했다.

'3국 협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길'로 '정시역사 개벽미래'(正視歷史 開闢未來·역사를 바로 보고 미래를 연다)'를 제시하기도 한 왕 부장은 3국 정상회의 문제에 대해 "필요한 조건을 만들어야한다"면서 일본의 역사인식 개선을 사실상 정상회담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했다.

그동안 3국 협력문제가 파행을 겪은 가장 큰 이유가 2012년 9월 일본의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댜오) 국유화 조치 이후 영토·역사인식 문제로 격화된 중일간 외교 갈등이었다는 점에서 중국의 이런 대(對)일본·3국협력 기조는 3국 정상회의 진행과 관련해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한일 양자 관계와 3국 협력 문제를 사실상 분리한 우리나라와 달리 중국은 여전히 두 사안을 연계하고 있으며 조기에 3국 협력을 정상화하는데 신중하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른바 '아베(安倍) 담화'가 3국 정상회의 개최 시기와 관련해 중요한 1차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역사 수정주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을 맞아 올 8월에 내놓을 이 담화에 과거사 문제를 어떻게 담느냐를 보고 중국이 정상회의 문제를 판단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아베 담화'만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아베 총리 본인과 주요 각료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중단을 비롯해 일본이 전체적으로 과거사 문제에 대해 도발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야 3국 정상회의 추진도 힘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일본이 별다른 도발을 하지 않으면 10∼11월께 말레이시아에서 열릴 예정인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계기에 3국 정상회의 가능성이 있다.

이번 외교장관 회의 공동 언론발표문에 구체적인 시기는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정상회의를 개최한다는 방향성에 대해서는 합의했다고 우리 정부는 평가하고 있다.

나아가 발표문에 나온 "역사를 직시하며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는 정신"이라는 표현에 일본이 동의했다는 점도 의미가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이번 한중일 3국 외교장관 회의 성사를 사실상 주도한 우리 정부는 아세안 정상회의 계기가 아닌 별도 정상회의를 개최한다는 것이 목표다.

한중일 3국 협력을 논의하는 한중일 3국 정상회의는 1999년 필리핀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 계기에 처음으로 열렸다. 2008년부터는 아세안 회의와는 별도로 매년 한중일 3국을 돌면서 개최됐다.
연합
연합 kb@kyongbuk.com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