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남부경찰서 상대지구대 새내기 경찰 4명과 동행

▲ 지난 10일 밤 11시께 시외버스터미널 뒤편 사거리. 포항남부경찰서 상대지구대가 음주 단속에 나선 가운데 남인화 순경이 유도봉으로 차량을 정지시키고 있다.
새내기 경찰이 실습기간중 잇따라 범인을 잡는 등 지역 사회 안전을 책임질 멋진 떡잎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포항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중앙경찰학교 283기생 40명이 지난해부터 시행에 들어간 '선임용후 배치'제도에 따라 지난 4월 27일부터 포항 남·북부경찰서에 배치돼 실습에 들어갔다.

본지 정승훈 수습기자가 지난 10일 포항남부경찰서 상대지구대를 찾아 실습생 순경들과 동행하며, 그들의 24시간을 지켜봤다.

"거기 위험합니다."

10일 오전 11시 10분 남부시장 앞 도로에서 한 남자가 무단횡단을 하자 김원엽(35) 경사가 순찰차 확성기 마이크를 잡고 경각심을 일깨워 줬다.

그리고 순찰차 조수석에는 실습생 김우태(24) 순경이 자리에 앉아 선배경찰의 업무처리방식을 지켜봤다.

아직 서툰 모습이었지만 김우태 순경은 상대지구대로 배치되자마자 절도 수배자를 잡는 성과를 올렸다.

한동안 교통순찰을 돌던 순찰차는 포스코 대로를 따라 빠르게 달린 뒤 좁은 골목길을 따라 천천히 이동하며 지역순찰활동을 펼쳤다.

이따금씩 경찰상황 무전이 들어오는 가운데 순찰차는 1시간여동안의 순찰을 끝내고 지구대로 들어왔지만 간단한 점심이 끝나자 또다시 순찰에 나섰다.

위반 차량을 멈춰 세우고 이번엔 김순경이 내렸고, 위반 사실을 알린 뒤 범칙금 통지서를 발부하고 돌아왔다.

벌점이 부여되는 중앙선 침범으로도 처분할 수 있지만 그보다 약한 불법 유턴으로 발부했다는 김순경에게 "왜 그랬냐"고 묻자 "강한 처벌만이 해법은 아니다"고 짧게 대답했다.

오전 순찰 당시 선배인 김원엽 경사가 해줬던 말을 잊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함께 배치된 배지연(여·28) 순경은 내내 순찰차를 타다가 돌아오는 순간 도난 신고가 접수됐다.

지구대 내 경찰들은 범죄 현장의 녹화영상을 뚫어져라 지켜봤고, 오후 4시 용의차량 조회를 끝낸 뒤 배 순경을 비롯한 5명의 경찰이 용의자를 찾아 출동했다.

배 순경은 신고접수 출동은 처음이라 했지만 "무섭지는 않고 아직 나갈 때마다 신기해요"라며 살짝 웃었다.

이들은 용의자의 집을 찾아갔지만 용의자가 집에 있지 않아 빈손으로 돌아와야 했다.

오후 5시께 지구대 안으로 60대 가량의 여성이 들어오며 물 한잔을 청하자 배 순경이 정수기 쪽으로 안내하며 종이컵을 건넸으나 여성은 컵의 위생상태가 미심쩍다며 손사레를 치고는 나가버렸다.

짜증이 났을 법도 하겠지만 배 순경은 아무말도 하지 않고 종이컵 한 줄을 꺼내 정수기 옆에 두고는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오전에 "왜 경찰이 됐느냐"고 물었을 때 "사람들 곁에서 도움을 주고 싶어서요"라고 말했던 것이 떠올랐다.

주야간 근무조가 바뀌고 해가 졌다.

밤 10시 상황업무 2명을 제외한 지구대 전 경찰관이 음주단속에 나섰다.

단속은 시외버스터미널 뒤편 교차로에서 1시간 30분가량 진행됐다.

역시 실습생인 남인화(34) 순경은 내내 유도등을 좌우로, 혹은 상하로 흔들며 차량을 통제했다.

피곤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남 순경은 "하는 일이 별로 없는 보조라 괜찮다"며 덤덤하게 말했다.

자정을 갓 넘긴 시각.

폭행 혐의로 체포돼 온 60대 남성이 수갑을 풀어달라며 차츰 언성을 높여갔다.

음주자의 행패, '주취소란'의 시작이었다. 욕설과 고성이 이어졌고, 내내 그에게서 눈을 떼지 않던 남 순경이 "욕하지마라"고 하자 남성은 더욱 더 고함을 지르며 막말을 쏟아냈다.

결국 흥분한 피의자는 선배들이 맡았고, 남순경은 이를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남순경은 스스로 '이등병'같다고 했지만 주눅든 기세는 아니었다.

이날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하루종일 함께 순찰차를 타고 순찰을 돌기도 하고, 밤늦은 시간 음주단속까지 하는 동안 정이 들었던 것일까 야식으로 내주는 물국수 한그릇이 따뜻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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