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의총 '사퇴 권고' 수용…원내사령탑 5개월만에 퇴진 "국민과 당원"에 사죄…박 대통령에 대한 사과 표현 없어 차기 원내대표로 이주영, 김태환, 주호영, 원유철 등 물망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국회법 개정안 위헌 논란과 거부권 파동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는 당 의원총회의 권고를 수용,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이로써 유 원내대표는 지난 2월2일 원내사령탑에 오른 지 다섯 달 만에 중도 하차했다.

새누리당은 8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 비공개 의총을 열어 표결 없이 유 원내대표에 대한 사퇴 권고안을 추인했으며, 유 원내대표는 김무성 대표로부터 이 같은 의총 결정사항을 전달받고 즉각 수용했다.

이에 유 원내대표는 사퇴 권고 수용 의사를 측근을 통해 전달한 직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 새누리당 의원총회의 뜻을 받들어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다"며 사퇴를 공식 선언했다.

특히 유 원내대표는 친박계의 거센 사퇴 요구에도 오랜 기간 사퇴 선언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내 정치 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평소 같았으면 진작 던졌을 원내대표 자리를 끝내 던지지 않았던 것은 제가 지키고 싶었던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것은 법과 원칙, 그리고 정의"라고 강조했다.

유 원내대표는 또 "지난 2주간 저의 미련한 고집이 법과 원칙, 정의를 구현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저는 그 어떤 비난도 달게 받겠다"면서 "거듭 국민 여러분과 당원 동지 여러분의 용서와 이해를 구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무엇보다 국민 여러분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고된 나날을 살아가시는 국민 여러분께 새누리당이 희망을 드리지 못하고, 저의 거취 문제를 둘러싼 혼란으로 큰 실망을 드린 점은 누구보다 저의 책임이 크다. 참으로 죄송한 마음"이라고 사과했다.

그러나 유 원내대표가 사실상의 축출로 타격은 입었지만, 정치적 입지는 오히려 확고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질적으로 이번 사퇴 논란을 통해 'TK(대구·경북) 정치인'에서 명실상부한 '전국구'로 이름을 알리며 대권 주자 반열에 오르게 됐다.

이 때문에 이번 파문의 "최대 수혜자는 유승민"이라는 평가가 많다.

한편 유승민 원내대표가 사퇴함에 따라 차기 원내대표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새누리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원내대표가 궐석일 경우 일주일 안에 새 원내대표를 선출해야 한다.

일단 당 일각에서는 합의추대 분위기가 다소 우세하다.

그러나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놓고 친박계와 비박계가 대립한 만큼 투표로 선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당분간 기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차기 원내대표 후보는 친박계인 이주영, 정우택, 김태환(구미시을) 의원이 거론되고 있고, 비박계는 주호영(대구 수성을), 정병국, 원유철 의원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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