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살고 있는 듬직한 원로들 현안·고민 머리 맞대는 등 적당한 훈수로 지역 발전 이바지

▲ 박무환 대구취재본부장
전직 장관이나 국회의원 등 소위 지역 출신의 높으신 분들은 대부분 서울에서 제2의 삶을 영위하고 있는지만, 그래도 대구에 듬직한 원로들이 살고 있어 참 좋다. 민선 출신 문희갑, 조해녕, 김범일 전 대구시장이다. 시민들은 이들 시장이 있기에 자랑스럽고 뿌듯함을 느낀다. 어찌보면 이들 시장은 여기에 있는게 부담일 수도 있다. 관심의 대상이 돼 때로는 불편함을 느낄수 때문이다. 그러나 시민들은 마치 이웃집 어른이나 아저씨처럼 함께 숨쉬며 얼굴을 마주 볼수 있어 흐뭇하다. 기쁨은 물론이고 때로는 고민을 서로 머리를 맞대줘 고맙기도 하다.

달성군에 전원주택을 지어 살고 있는 문희갑 전 시장은 경제시장을 내세우며 열정을 불태웠다. 그래서 닉네임도 '문 핏대'다. 지금 대구의 푸르름은 그의 재임시절 나무심기 덕분이다.

조해녕 전 시장은 남구에 있다. 조 전 시장은 민선시장 재임때 특별한 별명은 없었다. 장관에다 관선과 민선시장까지 지낸 그는 중앙에서 '조조'로 불리기도 했다는 것. 소탈하고 업무에 치밀했다는 것이다. 민선시장 이후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공동의장과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을 맡아 봉사하기도 했다.

수성구에 살고 있는 김범일 전 시장은 부인과 함께 또다른 배움을 위해 4개월 일정으로 독일로 떠났다. '버럭'이라는 애칭으로 회자되기도 한 그는 국가산단과 혁시도시 유치 등 대구 미래성장동력을 위한 밥그릇을 준비했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현 권영진 시장의 별명은 직원들 사이에 '쪽집게'로 통한다. 수백명이 참석하는 정례조회때 종종 이름을 부르곤 하는데 하필 결석한 직원들만 꼬집어서 호명한다 해서 붙여진 것이다.

우리는 전·현직 시장을 포함해 어르신들의 무용담을 곁들어 술잔을 주고 받는게 또 다른 즐거움이다. 이가운데 문 전 시장의 튀는 직설적 훈수는 종종 도마위에 오른다. 금년 설날에 권시장은 시청 간부들과 함께 인사차 문 전 시장을 찾았단다. 이때 문 전시장은 이들을 향해 "한 게 뭐 있느냐"고 질책하듯 나무랐다는 것. 시장은 앉아서 지시하고 검토해야지, 그렇게 다닐 필요가 있느냐고 돌직구성 멘트를 날렸다는 것. 민선6기가 출범하면서 핵심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시민원탁회의'와 '민생현장 시장실'을 두고 겨냥한 듯하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 간부는 문 시장이 너무 한 것 아니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반면 조 전 시장은 같은 날 새해 인사차 들른 권시장과, 기부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덕담을 주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정을 향한 문 시장의 까칠한 훈수는 더 있다. 2013년쯤 어느 특강에선 도시철도3호선을 놓고 '왜 건설했는지 이해가 안되고 애물단지가 될 것'이라는 뜻으로 일갈을 했다. 그때는 이미 70~80%의 공정이 진행되고 있을 때 였다. 이로 인해 당시 김범일 시장은 상당히 불쾌하게 생각했다고 간부 공무원이 전했다. 지난 4월 개통된 도시철도 3호선은 하늘열차라는 애칭으로, 대구시민은 물론 전국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명물이 되고 있다.

대구시청 간부들은 문 전 시장에게 문안인사 여쭙기가 겁난다고들 한다. 또 꾸중 들을까 봐서다.

적당한 수준의 훈수는 음식 맛을 내고 부패를 방지하는 소금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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