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공직선거법심사소위원회에서 참석자들이 회의를 시작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새누리당 김회선 의원, 소위원장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 야당 간사 새정치민주연합 김태년 의원, 유인태 의원. 연합
새정치민주연합(새민연) 혁신위원회가 제안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과 의원 수 증원이라는 중대한 이슈에 대해 여의도 정가의 셈법은 다양하다.

새민연 혁신위원회는 26일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 300명보다 확대할 것을 촉구하며 369명으로 늘리는 안을 제안했다. 혁신위는 지역구 의원수 246명 유지 전제 하에 중앙선관위가 지난 2월 제시한 지역구 대 비례대표 의석비율 '2대 1'을 적용하면 의원 정수가 369석이 돼야 하고, 현행 정수를 유지할 경우 지역구는 46명이 준 200명, 비례대표는 100명이 돼야 한다고 예시했다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발표한 5차 혁신안에서 "현재의 정당구조는 지역기반 거대 양당 독과점 체제에 머물러 있다"며 "새로운 선거제도는 민의를 근본으로 대의제 민주주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27일 국회의원 정원을 현행 300명에서 최대 369~390명으로 늘리자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제안을 "염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즉각 일축했다. 국회의 낮은 생산성에 대한 여론의 비판과 어려운 경제 상황 등을 감안한 것이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양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질이 중요하다"며 "의원 수가 아니라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 드리는 정치혁신을 위해 오픈 프라이머리를 수용하라"고 강조했다.

새민연내 '반노(반노무현) 인사'로 꼽히는 부산 출신의 3선인 조경태 의원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의원정수를 대폭 늘리겠다는 주장은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짓"이라며 "혁신위를 즉각 해체하라"고 딴지를 걸었다.

반면 의원 증원에 동조하는 논리도 상당하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의원 정수를 늘리되 세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방안을 제안했고,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투표 가치의 평등성을 구현하라는 헌재 결정의 취지를 살리려면 의원 정수 확대가 불가피하다"며 "지역구의 경우 적어도 14∼25석까지 의석수가 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수 개 월 전에 이미 국회예산은 동결한 범위내에서 '360명 증원안'을 제안한 바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독일에서 시행 중인 명부식 비례대표제를 국내에도 도입해 확대해야 한다"며 의원 증원에 동조하는 견해를 밝혔다. 문재인 새민연 대표는 의원 정수를 400명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가 철회한 적이 있다.

조 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7일 정치권 이슈로 떠오른 의원 정수 확대와 관련해 "욕 먹을 각오를 하고 공론화를 요청한 것"이라고 밝혔다. 조 교수는 "국회 예산은 동결하고 의원 특권을 줄이면서 의원 수를 늘리는 것은 시민에게 해가 될 것이 없다"면서 "오히려 행정부 통제가 강력해져 시민에게 득이 된다"고 설명했다.

국회의원 증원이 일리 있다는 전문가들의 주장도 있는 반면에 국민 여론은 부정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여당의 중진 의원은 "의원들 사이에서는 의원 정수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말을 하면서도 아무도 증원 찬성을 입 밖에 내지않고 있다"고 말했다. 여론을 의식한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혁신위의 결정이 '밥그릇 늘리기'라는 비판론에 직면할 것으로 보여 성사는 불투명하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이참에 비례대표 의원의 수를 줄이거나 아예 없애자는 주장도 고개를 들고 있다. 선거구 재획정으로 지역구가 늘어날 경우 현직의원의 공천탈락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비례대표를 줄이는 방식으로 의원정수를 유지하자는 쪽으로 당내 의견이 수렴되면서 지역구 의원들을 중심으로 차제에 비례대표 제도를 손질하자는 의견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김정모 서울취재본부장
김정모 기자 kjm@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으로 대통령실, 국회, 정당, 경제계, 중앙부처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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