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한국산 사과' 맛보기 어려워…'따뜻한 강원도' 복숭아 재배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으로 한반도의 작물재배 한계선이 바뀌고 있다.

최근 온난화로 인해 기온이 상승하면서 앞으로 50∼100년 이후에는 각국의 기후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 전망된다.

특히 우리나라 평균기온의 변화는 전 지구의 평균보다 2.4배나 가파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기존의 작물 재배지가 북상하고 있다.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기후가 급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작물의 재배지, 생산량 및 품질이 크게 변화할 것이라 예상된다.

특히 기후변화에 민감한 과수작물은 생산량과 품질뿐만 아니라, 재배지 변동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우리 농업환경에 맞는 재배지 변동 예측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농촌진흥청(청장 이양호)은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13년에 개발한 '농업용 미래 상세 전자기후도'를 이용해 우리 농업환경에 맞는 작물별 재배지 변동 예측 지도를 개발했다.

이 예측지도는 현재 재배되고 있는 품종과 재배양식 등의 재배시스템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조건하에 기후변화 시나리오(RCP 8.5)를 바탕으로 제작했다.

우리나라 6대 과수작물인 사과, 배, 복숭아, 포도, 단감, 감귤에 대해 2010년대부터 2090년대까지 10년 단위로 재배지 변동을 상세하게 예측했다.

주요 과수작물의 총재배가능지(재배적지+재배가능지) 면적 변동을 예측한 결과, 사과는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배, 복숭아, 포도는 21세기 중반까지 소폭 상승한 후 감소했다. 단감과 감귤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따라서 중남부 지역에서 주로 재배되는 복숭아와 배, 포도 등의 재배지가 점차 북상하고 있다.

지난 6월 통계청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복숭아는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동해(凍害) 발생이 줄어 재배면적이 증가했다.

예전에 청도군을 비롯해 경북지역이 연평균 11~15℃란 복숭아 최적 생육조건을 충족했다.

이제는 충북, 강원 등에서도 복숭아를 재배할 수 있다. 재배 면적 추이를 보면 충북은 1990년 1천184㏊에서 올해 3천743㏊까지 늘었다.

강원은 1990년 449㏊에서 올해는 554㏊, 경기 역시 1990년 815㏊에서 2005년 1천366㏊까지 확대됐다.

특히 남한 최북단 지역인 파주시의 재배면적이 1992~2007년 15년 사이 1.2㏊에서 15㏊로 급증했다. 포도 역시 재배지가 북상했다.

포도의 전체 재배면적은 1990년대에 급격하게 늘었다가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칠레산 포도가 들어온 이후에는 계속 줄었다.

1999년에 3만㏊를 넘었던 재배지가 지난해 1만7천445㏊로 축소됐다.포도의 주산지인 경북은 지난해 8천306㏊로, 가장 넓었던 1998년(1만3천703㏊)보다 39.4% 급감했다.

1990년대에 100㏊ 내외였던 강원은 2008년엔 371㏊까지 확대됐다.

특히 영월군은 1992년 7.2㏊에서 2007년 67.9㏊로 급증, 강원 제1의 포도 산지로 자리 잡았다.

온대 과일인 사과는 기온이 오른 탓에 재배면적이 감소하고 있다.

1990년 4만8천833㏊에서 1990년대 중반까지 5만㏊를 유지하다가 최근 3만㏊대로 떨어졌다.

특히 사과 주산지인 경북은 1992년 3만6천355㏊로 역대 최고치에 올랐다가 지난해 1만9천24㏊로 반 토막 났다.

그러나 강원지역은 사과 재배면적이 2007년 114㏊에서 올해 434㏊로 최근 들어 4배가량 급증했다.

온도가 비교적 낮은 산지로 재배지가 이동한 것이다. 평창군의 재배면적은 2006년 4.8㏊에서 올해 45㏊로 크게 늘면서 새로운 주산지로 부상했다.

이와 관련해, 경북도는 올해 공식적으로 아열대과수 전반에 대한 재배현황을 처음으로 조사했다.

최근 발표된 조사 자료에 따르면 경북지역에선 729농가가 파파야, 패션푸루트, 구아바, 키위 등 13종의 아열대 과수를 재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배면적은 모두 324.5㏊에 이른다.

경북도 친환경농업과 관계자는 "수년 전만 해도 아열대과수 재배면적이 미미했기 때문에 현황 조사를 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져서, 매년 현황 파악을 해야 할 만큼 재배가 보편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렇게 한반도의 기후 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미래에는 식탁에 오르는 채소나 과일의 종류가 바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랭한 지역에서 키우는 고랭지 배추는 점점 자취를 감추고, 아열대 기후에 적합한 채소·과일의 비중은 커지기 때문이다.

한국 환경부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20년에는 남한 전국의 고랭지 배추 재배 면적이 54만~97만㏊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최근 30년 평균인 132만㏊의 절반 이하가 될 수도 있다.

서늘한 고지대에서 키우는 고랭지 배추는 기상 조건에 민감해서 기후가 따뜻해지면 재배하기 어려운 품종으로 꼽히고 있다.

2050년 이후까지 내다보면 더 큰 변화가 예상된다. 최악의 경우 한국산 사과를 먹지 못할 수도 있다. 사과 재배가 가능한 지역은 2020년에는 현재와 비슷한 국토의 48%이지만, 2050년대에는 13%, 2090년대에는 1% 정도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박교선 소장은 "주요 과수작물뿐만 아니라, 원예·특용 작물의 재배지 변동 예측지도도 제작하고 있다. 앞으로도 국민 식생활에 중요한 작물 중심으로 연구를 확대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경상북도농업기술원은 농업용 미래상세전자기후도를 도입해 도내 23개 시군의 작물 재배적지를 2100년까지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한다.

이번에 도입하는 미래상세전자기후도는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기후를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는 전자지도로 2100년까지의 기온 및 강수량 예측정보를 포함하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농작물 지리정보시스템(http://gis.gba.go.kr)에서는 토성, 배수정도, 토심 등의 토양특성만으로 농작물의 재배적지를 구분해 제공하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따른 정보가 고려되지 않아 정확한 재배적지를 구분하기는 어려운 실정이었다.

이번 농작물 지리정보시스템 고도화 사업을 통해 경북지역의 기후 및 토양에 적합한 최적의 작물 재배지 정보를 구축해 농업인 및 귀농인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농작물 재배방법, 시비처방과 실시간 강우 등의 정보에 대한 검색이 가능해 농민, 연구자, 행정업무에 있어 과학적인 영농 관리와 농업정책 수립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소득 경상북도농업기술원장은 "구축이 완료되면 인터넷을 통해 토양특성과 작물 재배정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미래의 작물재배지 변동, 재배 적지 등 유익한 정보를 농업인들에게 제공할 수 있고 농업분야에 활용도도 높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자료·사진 제공= 국립산림과학원 기후변화연구센터장 임종환 박사.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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