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원금 중 공공요금 예산 매월 153만원에 불과…기업 등 정기지원 없는 센터 '전전긍긍'

▲ 연일 낮 최고기온이 30℃를 웃도는 가마솥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포항 A 지역아동센터는 최근 집단 지도실에 있는 에어컨이 고장이 나 창문만 열어둔 채 초·중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포항 A 지역아동센터는 올여름 유난히 덥다.

총 130㎡(약 39.3평) 규모의 A 지역아동센터는 이용 아동이 29명에 이르지만 정부지원예산 중 프로그램과 공공요금 등에 쓸 수 있는 예산은 매월 153만원에 불과하다.

이처럼 예산이 부족하다 보니 올여름 35℃를 웃도는 가마솥더위가 열흘 이상 이어지면서 냉방비 지출 부담이 커져 전전긍긍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서예 등 프로그램을 할 때 사용하는 집단 지도실의 에어컨이 고장 나면서 에어컨이 있는 16.5㎡(약 4.9평) 남짓의 작은 공부방과 선풍기 1대가 전부인 9.3㎡(약 2.8평)의 또 다른 공부방을 이용해야 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프로그램 특성상 주로 집단 지도실을 이용할 수밖에 없어 덥더라도 창문을 열어 자연 바람에 의지해 공부하고 있다.

고장 난 에어컨도 워낙 낡아 고칠 수 있는지 의문인 데다 설령 고쳐지더라도 빠듯한 예산으로 냉기를 느낄 수 있을 만큼 가동하기가 쉽지 않아 일정 시간 에어컨을 켠 뒤 선풍기로 더위를 피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올여름 폭염이 계속되면서 대구·경북의 지역아동센터가 냉방에 따른 '빈익빈 부익부' 양극화 현상에 휩싸였다.

인근에 기업체가 있거나 시설장의 인맥 등으로 꾸준하게 지원을 받는 일부 지역아동센터와 달리 대부분 기본 운영비만으로 센터를 꾸리다 보니 여유 있는 냉방은 꿈도 꾸지 못하기 때문이다.

6일 대구시와 경북도에 따르면 이날 현재 대구·경북의 지역아동센터 수는 192곳과 260곳으로 각각 나타났다.

이들 지역아동센터는 도시지역의 이용 아동 20~29명, 법정 종사자 2명 기준으로 매달 기본 운영비 423만원을 받고 있다.

이 운영비에 시설장과 생활복지사 임금이 포함돼 있어 이를 제외하고 나면 실제 프로그램과 공공요금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은 153만원이 고작인 셈이다.

그나마 겨울은 일부 지역에서 기본 운영비와 별도로 난방비를 지원해 사정이 나은 편이다.

지난해 11월 대구는 난방비 50만원을, 포항의 경우 지난해 12월 초 난방비 57만원을 지원하는 등 일부 광역자치단체 등에서 난방비만 지원할 뿐 냉방비를 지원하는 곳은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냉방비가 지원되지 않다 보니 대다수 지역아동센터는 어느 때보다 무더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반면 포항 남구지역 일부 지역아동센터는 인접한 철강공단업체 등의 정기적인 후원이나 시설장들의 인맥 등을 통해 받은 후원금으로 냉방비를 마련할 수 있어 대조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지역아동센터 이용 아동들의 건강한 무더위 나기를 위해 행정당국의 적극적인 예산 지원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B 지역아동센터 시설장은 "기업체 근처에 있는 센터는 고정적인 후원 등을 받아 사정이 나을 것"이라며 "시설장의 인맥을 활용해 후원금을 많이 받는 센터는 냉방비가 넉넉해 오히려 추운(?) 여름을 보낸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경북도 관계자는 "기본 운영비에서 인건비와 냉·난방비 등을 해결하려면 부족하다는 것을 안다"면서도 "현재 따로 측정된 냉·난방비는 없지만 일부 지자체에서 난방비 정도는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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