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단적 자위권' 합법화 치욕의 역사 되풀이 막으려면 분노 넘어 현실에 충실해야

▲ 곽성일 사회2부장
일본이 다른 나라의 전쟁에 개입할 수 있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안보 관련법이 최근 일본 중의원을 통과했다.

일본 아베정권이 미국과 군사동맹이라는 이름으로 양국간의 이익이 맞아 떨어져 자위대의 해외 파병길을 합법적으로 확보했다.

따라서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나라를 잃는 치욕을 당했던 100여년전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가 재현되는 형국이다.

이번 일본의 집단자위권 확보는 미국과 일본의 합작품 이어서 그 당시 미국이 일본의 한반도 지배를 승인했던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연상케 한다.

이 법안 통과는 일본국민의 선택이기도 하지만 미국의 요구이기도 했다. 승전국 미국이 패전국 일본에 강제했던 소위 평화헌법을 스스로가 용도 폐기하도록 강력히 요청해 왔던 것이다.

일본의 새 안보 관련법 통과에 미국 국무부는 "지역과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한다"며 환영의 뜻을 밝힌 데에서 의중을 파악할 수 있다.

일본에 대한 군사적 역할 확대 요구는 미국의 재정 부담을 덜고, 점증하는 중국의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어쨌든 미·일 군사동맹 강화와 일본의 재무장은 중국과 러시아의 공동대응 태세를 불렀고 동북아의 긴장을 초래하고 있다.

일본의 자위대 파견은 남북이 대치하는 특급 뇌관을 품고있는 한반도도 자유로울 수 없다. 한반도 유사시 일본 욱일기(旭日旗)가 한반도에 휘날릴 수도 있다.

물론 '한반도 출병 시 한국의 요청과 동의가 필요하다'고 요구했지만. 정말 한반도 유사시 주한미군이 자동개입하고 일본에 군사 지원을 요구할 경우 과연 우리가 명시적으로 일본군의 한반도 진주를 반대할 능력이나 의지가 있을지 의문이다.

주변국 슈퍼 파워들의 틈바구니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적이다. 그들이 무시할 수는 없는 '스몰 파워(Small Power)'존재가 되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해서 모두와의 관계를 지속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지금의 우리는 과연 그런 지혜나 자세를 갖추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이러한 상황인식을 제대로 못하고 오로지 분노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곳곳에서 '독도는 우리땅', '강제노역과 정신대 등 일본은 과거사를 인정하고 사죄하라'고 외치면서 연일 분노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마치 분노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으로 믿는다. 문제는 분노 이후는 '끝'이라는 데 있다.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망각 모드'에 들어갔다가 때가 되면 또다시 '분노'만 되풀이하는 것이다. 상대는 냉철한 현실인식으로 차분히 실리를 챙기며 일을 진행하고 있는데 말이다.

분노로 표출하는 역사에 대한 '뜨거운 열정'도 중요하지만 치욕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냉철한 이성'이 필요하다.

'분노'는 잠시 현실 자각의 '각성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진정한 '해결책'은 못 된다.

이제 '분노'를 넘어 현실에 '충실'해야 한다.

'지금', '여기'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각자 맡은 위치에서 매 순간 충실할 때 우리는 어느새 누구도 엿볼 수 없는 강자로 변신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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