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인 항소심도 무죄

17년 전 대구에서 발생한 '여대생 정은희(당시 18세)씨 사망 사건'이 영구미제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검찰이 태스크포스까지 구성하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 전력을 다했지만 범인으로 지목된 스리랑카인 K(49)씨에게 항소심 재판부도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이다.

대구고법 제1형사부(이범균 부장판사)는 11일 특수강도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K(49)씨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원심 일부를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서 범행 내용을 전해들었다는 증인의 진술은 증거능력이 없고 설령 증거능력이 있다하더라도 모순점이 많아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피고인 등이 중대한 범행내용을 별다른 친분이 없는 증인에게 아주 구체적으로 말했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피해자 속옷에서 발견된 정액의 유전자가 피고인 유전자와 상당 부분 일치하는 감정 결과 등으로 볼 때 피고인이 단독으로 혹은 공범들과 함께 피해자를 강간하는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이 부분은 공소시효(10년)가 끝나 처벌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재판부의 판단에 대해 검찰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대법원에 상고한다는 방침이다.

대구지검 김영대 1차장 검사는 "재판부 판단은 사법적 영역이니 존중하지만 선듯 승복하기 어렵다"며 "상고심 이유서를 철저하게 준비해 반듯이 유죄를 받아내겠다"고 말했다.

또, "이번 증인의 증거는 검찰이 4개월간 전 역량을 투입해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오래된 사건의 경우 진술이 100% 정확할 수는 없다. (증거)95%까지 제시했는데 나머지 5%가 안맞다고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하면 앞으로 장기미제사건은 수사가 더욱 어렵게 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태완이법 통과 이후 장기미제 사건 해결에 희망이 생겼는데 이번과 같이 전문진술이나 진술이 인정되지 않으면 태완이법 통과가 무의미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줄곧 검찰 수사에 의구심을 드러내온 정양 유족들은 무죄 선고에 반발했다. K씨를 범인으로 특정하기 어려운데도 과거 수사발표를 합리화하는 방향으로 '짜맞추기식'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족 측은 제3의 범인 가능성도 제기하며 "검찰이 궤도를 이탈해 억지 수사를 하고 있다. 짜맞추기 수사에 더 이상 항의하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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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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