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양 전 회장 불구속 기소 '미완의 수사' 한계도 노출

포스코 비리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이 정준양(67) 전 포스코그룹 회장 등 핵심 인물들을 일괄 불구속 기소하고 8개월간의 수사를 마무리했다.

검찰은 국민기업 포스코 수뇌부와 정치권 간 금권 유착, 일부 임·직원의 전횡과 도덕적 해이, 협력업체에 대한 '갑질' 등 여러 부조리를 확인하고 바로잡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하명수사' 논란 속에 수사 고비마다 되풀이된 주요 인물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비리의 근본 원인까지는 규명하지 못했다는 한계도 있다.

◇ 국민기업 포스코 구조적 비리·정치권 유착 규명 성과

포스코 비리 수사는 △포스코건설의 베트남 비자금 조성 △협력업체 코스틸의 비자금 조성 △성진지오텍 부실 인수 △포스코플랜텍 이란자금 횡령 △동양종합건설 특혜 제공 △정치권 인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등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수사의 첫 타깃은 포스코건설이었다. 검찰은 올해 3월 13일 포스코건설에 대한 압수수색을 기점으로 수사의 막을 올렸다. 검찰은 하청업체와 연결된 상납 고리를 파악하고 정동화(63)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 등 전·현직 임직원 15명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정 전 부회장이 지인에게 특혜를 주는 대가로 거액의 뒷돈을 받아챙기고 84억원대 횡령·배임 행위를 저지르는 등 비리의 꼭짓점에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정 전 회장의 경우 2009∼2014년 재임 기간 포스코의 경쟁력 하락과 재무구조 악화에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1천592억원의 손실로 귀결된 성진지오텍 헐값 인수와 코스틸·동양종합건설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등 비리의 중심에 정 전 회장이 있었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나돌던 포스코와 정치권과의 오랜 유착 관계를 확인한 것도 이번 수사의 성과다.

이상득(80) 전 새누리당 의원은 정 전 회장의 회장 선임과 1조원대 신제강공장 증축 공사 고도제한 문제 해결 등 막후에서 실력을 행사하고 측근을 내세워 30억원대 이득을 챙겼다.

이러한 유력 정치인과의 유착은 취임 이후 각종 특혜와 부조리가 난무하는 1차 원인이 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정 전 회장 재임 기간 포스코의 영업이익은 4조1천778억원, 영업이익률은 3분의 1가량 줄었고 부채는 20조원 이상 증가했다. 포스코 계열사가 32개에서 67개로 배 이상 증가할 정도로 방만 경영도 심각했다.

◇ '하명수사' 논란 여전…'변죽 울린 수사' 비판도

나름의 성과를 강조하는 검찰과는 반대로 법조계 안팎에서는 '미완의 수사'라는 평가가 많다.

검찰은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직후 포스코건설 압수수색을 집행했다. 정권의 하명수사라는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정 전 부회장 등 주요 인물의 구속영장이 줄줄이 기각되면서 검찰이 충분한 첩보와 내사 없이 청와대의 지시로 서둘러 수사에 착수했다는 관측은 더욱 짙어졌다. 포스코 수사는 장기화했고 재계에서는 검찰이 기업 경영에 지장을 초래했다는 비판론이 비등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김진태 검찰총장이 줄곧 강조해온 '환부만 도려내는 특수수사의 원칙'을 저버렸다는 지적이 조금씩 고개를 들었다.

큰 맥락에서 성과가 적지 않은 수사이지만 세부 내용을 보면 아쉬움이 적지 않다. 검찰은 포스코 전·현직 임직원과 협력업체 관계자 등 17명을 구속기소했지만 이 전 의원과 정 전 회장, 정 전 부회장 등 핵심 인물들은 불구속 기소 처분했다. 이상득이라는 거물급 정치인을 재판에 넘기기는 했지만 이번에 확인된 포스코 내부의 비리 정도와 규모를 봤을 때 성과를 논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진지오텍 부실 인수의 정확한 배경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검찰은 수사 장기화 논란에 대해 "중앙지검 한 개 부서가 계좌추적과 회계분석, 다수 참고인 조사 등을 맡아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밝혔다.

주요 인물의 영장 기각과 관련해서는 "중요 참고인 진술의 신빙성에 대해 법원과 검찰의 견해차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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