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공동 대상/시

▲ 신성민作
매미 허물이 상수리나무 허리를 움켜잡고 있다
속이 텅 빈 껍질은 한때 어둠에서 지냈던 몸이다

땅속에서 꿈틀거리며 말랑거리던 투명한 빈 몸,
수직 금 긋고 등가죽 찢고 나왔다

말랑거리던 몸이 햇빛에 닿을 때 얼마나 따가웠을까
적들의 신호를 알려주는 은빛 날개의 보호막은 점점 두꺼워진다
 
비바람 몰아쳐도 떨어지거나 부서지지 않는 천상의 소리 듣는다
상수리나무 빈집에서,
 
지금 나는 바람도 햇빛도 들지 않는 눅눅한 지하골방에서
가시 같은 눈초리와 습한 외로움을 등에 업고 있다
 
낮에 두고 온 무거운 짐들은 잠시 무게를 떠났다가
귀가 열리는 순간 다시 생의 관절을 앓는다
 
소리를 떠난 적 없는 귀는 듣는다
영영 아물지 않는 산고의 가로줄무늬 빈집을 내려다보며
종일 여름을 등에 업고 반짝이는 소리를,
 
환상이 숨 쉬던 집
제 살의 온기를 묻고 나오던 집
그 집을 지나칠 때마다 내 온몸의 뼈가 뜨끔하다
 
어둠을 털고 나온 날개는 뒤돌아보지 않는다
매미의 미라는 시의 표본,
내 삶의 도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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