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성민作
호계 오일장에 늦가을 그림자가 길다
겨우살이 찬거리를 사들고
버스정류장에 섰는데, 푸성귀 너덜거리는
보퉁이 안은 할머니가 슬몃슬몃 와서
(예서 뻐스타면 천국 가능교?)

질그릇 같은 낯빛에 목이 축 늘어진 윗도리
마른 나무껍질 같은 맨발이 헐렁하게 든 고무신
방향 없이 날리는 백발은 이미 이승사람이 아니다
(우짜꼬, 뻐스타야 하는데 차비가 모지런다.
백원만 꿔줄 수 있능교?)


▲ 고정옥(울산시 동구)
동전을 꼭 쥔 뭉텅한 손, 까만 손톱 때를 보며
천원을 내밀자, 아니라며 백원만 있으면 된다며
한사코 돌려준다
버스비가 천원 넘는데 백원으로 천국까지
어찌 가냐고, 천국 가기에는 턱없이 모자라지만
갖고 가라며 천원을 던지듯 주고
때마침 온 버스를 탔다

영악한 세상 마냥 천국도 할머니에게
내어줄 빈자리 하나 없으면 어쩌나
동정심 그득한 눈길로 멀어지는
호계장을 바라보는데…

할머니가, 버스에 오른다
천국이 아니라,
천곡 가는 버스에 오른다

다구진 꾸짖음이 날아와 내 뒤통수를 탁 친다
(젊은 년이 늙었다고 산송장을 맨들라 하네.
귓구녕도 막힌 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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