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고달픔에 허리 펴지 못하는 사람 해가 바뀌면 밝은 태양이 다가와 새 희망을 안겨 줄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면 분명코 그런 상황이 오게 돼있다

▲ 최병국(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삶이란 일어남이요, 죽음이란 한 조각구름이 스러짐이다/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죽고 살고 오고 감이, 모두 그와 같도다"

임종을 앞두고 읊은 조선시대 휴정대선사 시의 일부다.

올해도 며칠 남겨 두지 않고 시간은 정확하게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누구나 연말이 되면 한해를 되돌아보고 또 한해가 무심히 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착잡해진다.

얼마의 사람들은 새해에 기대하는 벅찬 희망에 가슴을 펄럭이며 새 달력을 넘겨 보겠지만 그렇지 못한 많은 사람들은 "또 한해를 맞이하는구나"하는 한숨과 함께 삶의 고달픔에 허리를 펴지 못한다.

제2차 세계대전 후 폐전을 한 독일은 연합군에 의해 철저하게 파괴 되었다. 모든 시가지 건물이 불에 타고 부서지고 폐허의 무덤으로 변했다.

이런 상황속에서 프랑스의 한 사회학 교수가 조교와 함께 베를린의 한 지하실에 사는 독일인 가정을 방문했다.

인터뷰를 마친후 돌아오는 길에 교수가 조교에게 물었다.

"독일인들이 나라를 재건할 수 있을 것 같은가?"

조교는 고개를 저으며 "거의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교수는 그와 정반대의 말을 했다.

"아니야, 나는 저들이 반드시 나라를 재건할 것 같네."

"어째서입니까?

조교는 의외라는 표정으로 교수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교수는 웃으면서 "그 어두운 지하실의 탁자 위에 무엇이 있었는지 기억을 하는가?"

"생화가 꽂힌 꽃병이 있었죠."

"바로 그 걸세. 국가적인 큰 재난을 당한 상황에서도 탁자위에 꽃 한 송이를 놓아둘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는 민족이라면 반드시 나라를 재건할 수 있을 걸세. 왜냐하면, 그들은 아직도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의 의지를 갖추고 있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한 송이 꽃이 있는 곳엔 분명히 희망은 있다.

말 할 수 없는 고통과 불행이 닥쳐와도 살아내고자 하는 의지와 긍정적인 정신을 가지고 있다면 어떠한 고난도 이겨 낼 수가 있는 법이다.

어린아이가 일어섰다 넘어지기를 수백 번 반복해야 제대로 걷는 방법을 배울 수 있듯 수차례 실패를 경험해본 사람만이 비로소 성공할 수가 있다.

삶의 고달픔에 허리를 펴지 못하는 사람들일수록 해가 바뀌면 밝은 태양이 자신에게 다가와 새 희망을 안겨 줄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면 분명코 그런 상황이 오게 돼있다.

앞을 못보는 장님으로 보험대리점의 재무설계 지사장까지 승진해 17개 지점을 총괄하며 일하고 있는 유장호씨(44)는 보험업계의 총아로 지목을 받고 있는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보험설계사로 일할 때는 고객의 얼굴도 못알아 보지만 대신 튼튼한 두 다리와 지팡이 하나로 고객을 찾아가고 또 찾아 갔다. 그런 열성과 인내로 그는 보험왕이 되고 두눈이 멀쩡한 사람들을 제치고 항상 보험왕에 뽑히는 성과를 내어 올해 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말한다.

"내가 고객의 찌푸린 얼굴을 볼 수 없으니 숱한 냉대에도 주눅이 들지 않고 영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겠는냐?"고 반문한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막무가내로 용감하게 고객들을 찾아 다닐 수 있는 것은 내가 앞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한다.

그의 이런 긍정적인 사고가 오늘날 그가 이 자리에 있게 한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누구나 이런 "나도 할 수 있다"는 긍정적 생각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면 지금은 삶이 고달플지 모르나 새해에는 분명히 한 줄기 따뜻한 햇살이 등을 비춰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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