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통해 만난 남녀 3명 문경서 숨진채 발견…7년새 20배 증가

"번개탄 동반자살을 막을 백신은 없는 건가요? 이제는 확실한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악성바이러스처럼 번지고 있는 번개탄 동반자살이 연말을 맞아 문경에서도 발생,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

지난 27일 오후 4시20분께 문경시 마성면 외어리 문경골프장 인근 한 야산에 주차 돼 있던 투산 승합차 안에서 차량소유자 A(29·인천)씨와 함께 B(25·부산), C(여·18·인천)씨 등 3명이 주민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시동이 켜진채 발견된 차량에는 불에 타다 남은 번개탄과 연탄 화덕이 뒷편 트렁크 공간에 놓여 있었으며 함께 나눠마신 것으로 추정되는 맥주, 소주 드의 빈술병도 흐트러져 있었다.

'먼저 가게돼 친구에게 미안하고 부모님에게 죄송하다'는 내용이 쓰여진 A씨와 C씨의 유서도 함께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가 먼저 이달 중순께 SNS를 통해 동반자살할 사람을 구한다는 글을 수차례 게재했고 이를 보고 접속한 B씨, C씨와 문자를 서로 주고 받았다.

이들 3명은 4일 인천에서 만나 문경에서 동반자살하기로 결심했고 25일 새벽 이들이 탄 승합차가 문경으로 들어온 것이 CCTV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들이 모두 가족과 떨어져 혼자 생활했으며 평소 서로 친분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번에도 서로 일면식 없는 10대와 20대 젊은이들이 SNS상에서 충동적 자살모의에 이어 행동으로 옮긴 것으로 드러났다.

번개탄 자살은 2008년 가을 탤런트 고(故) 안재환씨가 이 수법으로 숨진 후 계속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번개탄을 사용한 자살사망자가 2007년 96명이었으나 2014년에는 2천명에 육박해 20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으며, 학술적으로 연구한 논문들에서도 거의 비슷한 수치가 나오고 있다.

번개탄의 경우 다른 자살 수단에 비해 죽음의 공포가 덜하고, 별다른 완력 등이 필요 없으며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점이라고 지적되고 있다.

이로 인해 부산과 경기지역에서는 번개탄의 구매를 제한하거나 자살예방 문구를 삽입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으나 완전 예방을 위해서는 이 같은 조치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아직 대구·경북은 이러한 움직임조차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최근 정부에서는 번개탄 자살 피해를 막기위해 '저감 번개탄'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저감번개탄은 연소시 인체에 치명적인 일산화탄소량을 줄이는 것으로 실제 결행을 하더라도 사망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지연되는 효과가 있어 자살율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박종기 문경경찰서 강력팀장은 "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자살사이트 등을 검색해 폐쇄하고 있기는 하지만 워낙 우후죽순처럼 늘어나 100% 차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번개탄의 매장 진열을 금지하거나 더 나아가 위험물질로 취급해 구입시 신원을 확인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황진호 기자
황진호 기자 hjh@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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