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 없다고 남겨둔다면 나를 믿고 몸을 맡긴 환자에게 가치있는 의사인가 자문해봐야

▲ 김도균 포항성모병원 부인과복강경 센터장

학회에서나 동료에게서 자주 듣는 말이 있다.

도대체 왜 그리 자궁을 보존하기를 원하는 환자의 억지(?)를 인정하여 근종이 40개나 돼도 선근증이어서 재발 확률이 있고 완전한 제거가 불가능할 만큼 힘들고 지치는 일을 사서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자궁을 보존하는 것이 얼마나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옳은 말이다.

많은 근종을 가진 환자의 근종 재발률은 당연히 높다.

선근증의 경우 100% 완벽한 제거는 불가하다는 것도 옳다.

그것을 알면서도 십여년 전 이러한 수술을 시도하였다.

많은 시행착오와 그에 따르는 대가를 치렀다.

그러는 사이 시대는 변하여 자궁 보존을 원하는 환자의 비율은 조사 결과 90%를 넘었다.

선근증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경험한 근종환자들의 경우를 보면 초음파 검사에서 1~3개 정도였던 근종이 MRI검사를 하면 10개 이상으로 판명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래서 오는 모든 환자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통해 MRI검사를 수술 전에 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하였다.

또한 복강경 수술기술의 발전을 통해 10개든 20개든 심지어 40개의 근종도 모두 끝까지 추적하여 제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웠고, 근종의 크기도 직경 25㎝까지 복강경하 자궁보존상태로 근종만을 제거하는 경험을 쌓았다.

선근증의 경우도 많은 경험을 통해 자궁보존하 선근증 절제가 가능하게 되었고 임신한 경우도 13명이나 보고 되었다.

이렇게 수술의 경험 기술의 발전이 있어도 수술 전 MRI검사로 정확히 판단을 하여도 병이 재발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있는 근종이나 선근증을 수술 중에 놓치는 경우는 없다.

초음파만으로 진단 후 근종이나 선근증을 수술 중 놓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동료들은 다시 나에게 묻는다.

그렇게 힘든 수술을 환자가 알아주기나 하냐고.

그렇게 많은 근종을 힘들게 제거해도 단 하나의 근종을 제거하는 수술비용과 같은데 억울하지 않느냐고.

옳은 말이다. 억울하고 답답하다.

그러나 나는 근종과 선근증, 자궁내막증을 전문으로 수술하는 의사이다.

내가 병변이 있는 것을 알고도 작다고 증상이 없을거라고 남겨둔다면 나는, 나를 믿고 몸을 맡긴 환자에게 가치있는 의사인가. 자문해본다.

그래 내가 하는 일은 힘들고 빛이 안 날수도 있지만 내가 살아가면서 하고 싶은 미쳐있는 내 일이고 삶이다.

그래서 내가 느끼는 가장 가치있는 일 이기에 한다.

언젠가는 수가체계가 변화되어 이를 인정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환자들이 진심으로 고마워하면 내겐 그게 돈보다도 가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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