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공관위서 결론난 사안…바꿀 이유 없다" 이한구 "당 대표가 공천룰 개입해선 안돼" 반박

'북핵' 위기 속에서 집권 여당의 '공천 룰' 싸움이 계파 투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상향식 공천을 관철하려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전략공천 및 현역의원 물갈이를 예고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공관위)의 '치킨게임' 양상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새누리당이 총선을 불과 50여일 앞두고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김 대표는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국민에 수백번 약속한 국민공천제는 절대 흔들릴 수 없는 가치다. 그 누구도 국민과 약속한 국민공천제 틀을 흔들 수 없다"며 이한구안(案)을 사실상 거부했다. 이어 비공개 부분에서 "선거에 지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수용 안 된다"며 "선거를 망치더라도 국민 공천제가 흐트러지는 것은 묵과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위원장과 친박계의 전략공천 요구에 '총선 패배'를 감수하더라도 상향식 공천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한 것이다.

전날 이 위원장은 17개 광역 시·도별 1~3개 선거구 우선추천지역 선정, 후보자들간 합의가 없을 경우 100% 여론조사 경선 방침을 밝혀 모든 지역구에서 경선을 치르고, 경선은 책임당원 30%·국민선거인단 70%로 실시하기로 한 상향식공천의 틀을 뒤집었다.

비박(비박근혜)계는 이에 대해 공천관리위원회가 의결한 사안이 아닌 이 위원장의 단독 행동이라며 집단행동 움직임으로 거센 반발을 하고 있다. 비박계는 공천 원칙이 훼손될 경우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 다수 의원들의 추인을 받아 상향식 공천을 관철하겠다는 태세이다.

문제는 평소 소신파로 알려진 이한구 위원장이지만 청와대와 친박계를 등에 업은 사실상 계파간 대리전이란 것이다.

이날 친박계는 일제히 이 위원장을 일제히 옹호하고 나섰다

친박계인 김재원 의원(의성·청송·군위)은 "우선추천은 모두 당헌당규의 절차에 명시돼 있는 내용이다. 그리고 그것은 공천관리위원회가 독자적으로 결정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고, 원유철 원내대표도 "지금 이 위원장이 우선추천지역, 단수추천지역을 활용하겠다는 것은 당헌당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거들었다.

우선추천제도를 활용하면 대구·경북 등 여당 강세 지역에 전략공천이 가능하다. 비박계는 여론지지도가 높은 현역의원을 제거하려는 음모로 보고 있다. 정당가 안팎에서는 유승민 의원과 유 의원과 친한 대구지역 의원을 제거하려는 것이 본격화했다는 설이 파다하다.

친박계 핵심인 홍문종 의원(의정부)은 "닭의 알인 줄 알고 품었는데 오리 알인 경우도 있다"면서 "대통령에 반대하고, 당의 정체성에 어긋났다면 스스로 당을 나가는 게 옳지 않느냐"고 지적, 유승민 의원을 겨냥한 발톱을 드러냈다.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 대표는 (공천에서) 아무런 권한이 없다"며 "그렇지 않으면 공천 관리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과거에 당 대표에게도 공천을 주지 않은 적도 있다"며 공천관리위의 '독립적 지위'를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하는 동시에 김 대표를 직접 겨냥했다.

또 일각에서 위원장직 사퇴 가능성까지 제기하는 데 대해서는 "자꾸 그렇게 말하면 당헌·당규에 따라 당 대표가 물러나든지 내가 물러나든지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공관위 부위원장인 황진하 사무총장이 이 위원장을 만나 의견조율에 나섰으나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청권 중진 A의원은 "공천룰과 관련해 당의 현상을 지나치게 타파하는 주장은 당을 풍비박산으로 몰 수 있다"고 말했다. 한쪽이 겁쟁이가 되어 퇴진하던지 아니면 양쪽 다 자멸하는 극단적인 강대강(强對强) 대치의 치킨게임을 우려하는 당내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김형기 경북대 경제통상학 교수는 "선거를 앞두고 정책 공약 수립 등 정상적인 정당 활동은 접어둔 채 공천권 다툼으로 당이 갈등을 빚는 것은 한심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정모 기자
김정모 기자 kjm@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으로 대통령실, 국회, 정당, 경제계, 중앙부처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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