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신냉전 상태 진입 100년후 역사에 기록되지 않게 정치 지도자들 대안 제시할 때

▲ 하재영 시인
연수(硏修)로 보스니아가 있는 발칸반도로 떠날 계획이다. 발칸반도의 크로아티아는 종편 채널에서 '꽃보다 누나'란 프로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발칸 여행의 불씨를 붙였던 아드리아 해 동편에 있는 나라다. 지금 은퇴 전후 세대들에겐 유고슬라비아란 이름으로 배웠던 나라로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보스니아, 마케도니아 등 슬라브 민족이 결집된 연방공화국이다.

일천만 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제1차 세계 대전의 출발 진원지가 바로 발칸반도에 있는 보스니아 수도 사라예보다. 1914년 6월 28일이었다. 오스트리아 황태자 프란츠 페르디난트가 사라예보를 방문했다. 당시 세르비아 민족주의자들은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끊임없이 저항했다. 황태자가 군사훈련에 참관하러 온 것을 안 독립주의자 대학생 4명은 황태자가 지나가기로 한 곳에 기다리고 있다가 황태자가 탄 차를 향해 폭탄을 던졌다. 하지만 황태자는 오히려 폭탄을 주워 독립주의자에게 던졌다. 위기를 모면한 황태자는 자신 때문에 부상한 관리를 찾아 나섰다가 사라예보 라틴다리에서 스무 살 청년 '가브릴로 프린치프'에 의해 아내 조피와 함께 암살당한다.

이것이 1차 세계 대전의 시발점이다. 합종연횡으로 나라와 나라의 연합은 유럽 대부분 나라들이 전쟁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 독일 유보트 잠수함이 미국 민간 선박을 공격하면서 미국도 참전하게 되고, 중국과 일본까지 1차 세계 대전에 참여하게 된다.

과거의 역사가 시사(示唆)하는 것을 우리는 늘 상기해야 할 것이다. 인간의 삶이 한 세기를 넘을 수 없는 한계 때문인지 역사는 반복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더욱이 통신, 교통이 발달하면서 오늘의 국제관계는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경제논리를 정치적 이념보다 앞에 두는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경제적 이익이 창출된다면 기존의 우의는 적당히 무시해도 되는 상황이 된 세상이다.

한 세기 전 우리나라는 열강들의 각축장이었다. 중일전쟁, 청일전쟁은 국력이 약한 우리나라를 속국으로 만들기 위한 주변 국가들의 실속 챙기기 전쟁이었다.

최근 남북한 긴장 상태가 신냉전 상태로 진입하면서 우리나라는 국제적 리스크가 높은 나라로 급부상하였다. 외국의 여러 언론은 우리나라를 화약고로 인정하는 상황이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우리나라의 개성공단 폐쇄, 사드 배치 논란 등은 그야말로 남북한 사이가 어떤 상황으로 변할지 모르는 암흑세계다.

그러한 상황을 우리 정부가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웃나라와 끊임없이 정보를 교환하면서 협력하고 최상의 방책을 모색하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현실이 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는 국민이다.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엔 다양한 과정이 있을 수 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라틴다리에서 쏜 몇 발의 총성에서 시작하였듯이 새로운 전쟁은 우연히 엉뚱한 곳에서 발생할 수 있다.

잘한 정치는 백성을 불안하게 하지 않고, 전쟁의 두려움, 경제 불안에서 자유로울 때다. 우리가 1950년의 남북전쟁을 역사의 기록에서 지울 수 없듯이, 100년 후 우리 역사에 또다시 피비린내 나는 과거의 역사로 오늘의 현실이 기록되지 않도록 정치 지도자들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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