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파로 성감별 요구 환자에 적절한 義와 禮로 거절하는 센스

김태준(청도대남병원 산부인과 과장)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 좋다는 다다익선(多多翼善)아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좋은 것도 지나치면 해가 된다는 교훈이 있으니 바로 오과(五過)의 교훈(敎訓)이다.

1.인(仁)이 과(過)하면 약(弱)이 되고

2. 의(義)가 과(過)하면 굳어진다.

3. 예(禮)가 과(過)하면 아첨이 되고

4. 지(智)가 과(過)하면 거짓이 되기 쉽고

5. 신(信)이 과(過)하면 손해보기 쉽다.

 

모든 의사들 중 특히 산부인과 의사들은 위의 명제를 숙지하여 항상 진료에 임해야 한다.

특히 초음파로 성감별 봐주기를 목숨걸고 부탁하는 자들에게 산부인과 의사는 자칫 잘못하면 형사고발 조치를 당하여 의사면허증을 박탈당함은 물론 뜻하지 않게 옥고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첫째, 성감별해 줄 것을 눈물로 호소하는 임부들에게 마음이 어진 의사일수록 마음이 약하여 성별을 봐줄 위험이 있으니 독한 마음을 품어라.

둘째, 그렇다고 너무 박절하게 거절하면 옳고 그름의 의(義)가 있음은 좋은데 인정미가 없어 굳은 사람이란 평이 돌아 환자들이 그로부터 떠날 가능성이 있으니 주의 요망.

셋째, 너무 환자의 비위를 맞추어 예(禮)를 지나치게 하지 말라. 이는 곧 아첨이 되어 의사의 품위를 떨어트린다.

넷째, 너무 지혜로우면 꾀를 부려 거짓말을 하게 되고, 이는 나중 송사 당하기 쉽다. 자승자박의 점괘.

다섯째, 절대 비밀을 보장하겠다는 말을 믿지 말라. 나 자신 이외의 믿을 사람 없다. 성별봐주는 행위는 나중 나에게 어마어마한 손해가 찾아올 따름이다.

슬기롭게 이러한 모든 국면을 잘 해결하는 산부인과 의사야 말로 명의(名醫)소리를 듣게 된다. “명의 소리 안듣고 살면 어떻노”하면 그만이겠지만 알아서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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