乙酉年에는 새처럼 날아보자

한 해가 가고 또 새해를 맞는다. 지난 한 해는 참으로 힘들었다. 정치적으로는 대변환을 겪었으나 경제적으로는 주름살이 더 늘어났다. IMF를 일찍 졸업했다고 자축하기는 했으나 지금은 그때보다 더 복잡하고 풀기 어려운 경제문제에 봉착해있다.

기업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분위기는 조성되지 않고, 각종 규제는 기업활동을 더 옥죈다. ‘깃털’만 건드릴 뿐 ‘몸통’은 그대로 두었던 규제완화정책도 이제는 그나마 존재조차 희미해졌고, 기업할 의욕도 심히 추락되었다.

청년실업률이 계속 상승세이고, 고용이 늘어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임금근로자 중에서 임시직 혹은 일용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연속 상승세이고, 고용의 질도 악화되고 있으며, 구직단념자 수도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우리경제를 두고 백약이 무효라고 절망하는 사람도 있고, 난파선은 아니지만 구멍이 많은 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성장이 없으면 분배도 불가능한데, 성장이냐 분배냐 따지는 논쟁은 무의미하다. 성장위주의 정책을 건의해도 듣지 않는 정치권이 문제라고 비관하는 사람도 있다. 정치권은 경쟁력과 상관 없는 일에 정신을 빠뜨리고 있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그래도 희망을 갖자

올해 乙酉년은 새 乙와 닭 酉자가 겹친 ‘닭띠해’이다. 새처럼 닭처럼 날개를 달고 날아볼 희망을 가져보자. 신라 시조 박혁거세의 왕후인 알영부인은 ‘닭우물(鷄井)’에서 태어났다. 처음에는 입술이 닭부리처럼 생겼는데, 北川에 안고가 씻겼더니 부리가 떨어졌다고 ‘삼국유사’에 나와 있다.

서기 60년 어느날 하늘에서 자주빛 구름이 始林(지금의 계림)으로 뻗혀 있었다. 사람들이 숲에 가보니 흰닭이 나무밑에서 울고 있는데, 그 나무가지에 황금의 궤가 걸려 있었다. 탈해왕이 친히 가서 궤를 열어보니 사내아이가 들어 있었다. 왕이 그 아이 이름을 김알지라 짓고 태자로 봉해 왕위를 물려주려 했으나 알지는 굳이 사양하며 파사왕에게 왕권을 양보했고, 몇대가 지난 후 알지의 후손 미추가 김씨로서 처음 13대왕이 되었다. 이것은 대권을 서로 다투지 않고 사양하는 미덕을 보여준 일이었다.

오늘날 정치권이 政治를 하지 않고 ‘정치싸움’만 하는 것은 오로지 권력에만 집착하기 때문이다. 그 싸움의 틈새에서 민생만 고통당하는 것이다. 올해 우리는 흰닭과 경주 鷄林과 김알지의 양보정신에서 큰 교훈을 얻어야하겠다. 그래서 국민의 아픔을 달래주는 정치를 펼쳐져야하겠다.

새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복받은 존재다. 하늘을 마음대로 날아다닐 수 있고 국경같은 것도 없다. 그래서 새는 아름다움의 상징이다. 우리경제도 새해에는 새처럼 자유롭게 훨훨 날아야 하겠다. 기업의 발목을 잡은 족쇄를 풀고 마음껏 기업활동을 할 수 있게 해주어야한다.

우리나라에서 ‘스타기업’은 겨우 5개에 불과하다. 포스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T, 한국전력 등이고, 이들은 전체 상장사 설비투자에서 25%, 영업이익에서 60%를 점유하고 있다. 그 외의 기업들의 상장사 설비투자는 마이너스로 가고 있다. 새해에는 더 많은 ‘스타기업’이 생겨나도록 정권이 불필요한 간섭을 줄여야 한다.

비장한 각오를 다지며

포항상의가 최근 지역내 100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새해 1/4분기 기업경기 전망을 조사했는데 ‘IMF때보다 더 비관적’이란 결과가 나왔다. 내수침체와 함께 고유가, 원화강세 등 內外的 여건 악화로 수출전망도 그리 밝지 않기때문이다.

경제성장률도 당초 5%성장을 목표로 정했으나 지금 4%로 수정됐고, 업계에서는 겨우 3%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중국, 인도, 브라질 등이 7%안팎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것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지금이야말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지혜와 극복의지가 필요한 때이다.

그러나 우리지역에 5대스타기업 중 하나인 포스코가 있다는 것은 큰 위안이고 자랑이다. 허허벌판에서 오늘날의 포스코를 이뤄낸 ‘롬멜정신’와 決死의 각오를 다진 ‘우향우정신’을 되새겨야 할 때이다. 전반적인 경제가 곤두박질을 치는 이 상황에서도 포스코가 설비투자를 계속 늘리고 영업이익을 크게 올리는 것은 바로 투철한 극복의지가 밑바탕에 자리잡고 있기때문이다.

우리지역의 든든한 중심기둥인 포스코의 성장 발전을 가속화시키기 위해 지역민들은 한 마음으로 성원해서 지역과 기업이 ‘같은 배를 탄 공동운명체’라는 의식을 가져야 하겠다. 포스코의 윤리경영, 친환경경영, 지역친화경영, 6시그마운동을 지역의 다른 기업들이 본받아서 기업체질을 강건히 하고, 새해에 불어닥칠 고난의 한파를 막아낼 대비를 해야 하겠다.

대아그룹도 새해에는 새로운 지도체제를 갖추었다. 젊은 패기와 자신감으로 무장한 새진용이 짜여진 것이다. 이와 함께 우리 경북일보도 생기 넘치는 신문으로 거듭날 것이다.

경북일보는 새해에 독자들과 더 가까워지는 ‘신뢰받는 신문’이 되고, 지역의 제반 문제를 빠짐없이 짚어내 합리적인 해결점을 찾도록 지원하고, 지역민들의 가려운 곳을 시원히 긁어주는 ‘효자손 신문’이 되기 위해 새로운 각오를 다질 것이다.

乙酉년 한 해가 비록 경제적으로는 우울한 전망이지만, 어려울 수록 人情이 더 두터워지는 우리의 민족성을 되새기며 ‘어려움속에서도 인정만은 따뜻한’ 한 해가 되고, 모든 지역민들이 새처럼 창공을 날아가는 약진의 을유년이 되어서 모든 고난이 이 한 해 동안에 다 풀려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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