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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살 청년의 자산은 수백억원으로 추정된다. 재학중 인 경북대와 대구 서부고・경북여고 등에 장학기금으 로 연간 5억원 정도를 기부한다. 소년소녀가장과 조손 가정 등에게 연간 7천~8천만원을, 공익단체와 시민단 체에도 매년 4천여만원을 전한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에도 4년간 3억6천만원을 기부하기로 약속, 1억원 이상 개인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 회원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이렇게 해마다 7억원에 가까운 돈을 기부한다.

'한국판 청년 버핏' '기부 왕'으로 불리는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박철상씨의 이야기다. 수수한 옷차림에 평범한 회사원과 같은 모습으로 인 터뷰에 응한 박철상씨는 "어려운 환경에 놓인 학생들에 게 기회를 찾아주고 싶었고, 따뜻하게 보듬어주고 싶었 다"면서 "그래서 장학기금을 기부하는데 더 집중하고 있 다"고 했다.

중학교 때 아버지가 경제관념을 익히라며 주식계좌를 만들어 줬고, 이를 계기로 주식 투자에 눈을 떴다. 2004년 대학 입학 전 재수할 때 자산운용을 시작했고, 대학에 가서는 과외를 해서 번 돈에 더 보태 1천만원을 종자돈으로 시작한 주식으로 수백억원대 자산가가 됐다.

학업과 병행하면서 홍콩에 본사를 둔 투자사의 직원으로서 거시경제를 보는 안목과 통찰력을 기른 덕분이다. 바탕에는 1년에 130~150권씩의 독서량이 있었다. 박씨는 "도움을 받은 사람이 형편이 나아지면 위안을 얻고 치유가 돼 투자도 더 성과 가 나더라"면서 "기부는 받은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고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씨는 부모님의 허락을 얻어 수익의 15%를 어려운 사람을 돕는데 쓰기로 결심했고, 세월호 사고가 그 결심을 앞당겼다. 전남 진도 팽목항과 분향소가 있던 경기도 안산의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을 보면서다. 침몰하는 배에서 탈출을 포기하고 자기 조끼를 벗어준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평소 무너진 공교육과 사제관계에 대한 회의감을 벗어던졌다고 했다. 그래서 장학기금을 발빠르게 준비했고, 고교 장를 대상 자도 늘렸다. 미국과 독일 유학을 3~4년 뒤로 미룬 박철상씨는 장학기금 등의 기부사업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매진할 계획이다. 앞으로 40년 더 기부할 계획인데, 작년 7월 여기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할 자산 목표를 달성했기에 자산운용업은 접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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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왼쪽은 함인석 대구시공동모금회장

일제에 맞선 광복군이자 독재에 맞선 참스승으로 불리는 고 김준엽 전 고려대 총장을 평생의 스승으로 삼고 있다는 박철상씨는 "어린친구들이 기댈 수 있는 언덕이나 울타리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강조하 고 또 강조했다. 어린친구들이 경제적으로나 환경적으로 기회를 빼앗기면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 고교를 세우거나 인수해 인성교육을 실현하고 제도권 교육을 바꾸고 싶다는 꿈도 이야기했다.
배준수기자 baepro@kyongbuk.com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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