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을 대표하는 명산인 팔공산은 1천여년 전 후삼국시대 왕건과 견훤이 치열한 전투를 벌인 곳이다.

왕건은 '동수전투'(현재 동구 지묘동 일대)에서 크게 패해 오른팔과 같은 신숭겸을 잃고 멀리 안심(安心)까지 달아났다. 신숭겸은 왕건 옷을 입고 후백제 군사를 유인해 주군을 살리고 전사했다. 팔공산 자락에는 당시 전투에서 유래한 지명이 곳곳에 있다.

고려군이 후백제군에 패해 흩어진 고개(파군재), 왕건이 도망치다가 겨우 마음을 놓은 곳(안심), 왕건이 달이 뜬 한밤중에 지나간 곳(반야월), 지략으로 왕건을 구한 신숭겸 묘가 있는 곳(지묘동) 등이다. 동수전투에서 전사한 왕건의 충복 8명을 기리려고 신라시대 공산(公山)으로 부르던 것을 팔공산(八公山)으로 바꿔 불렀다는 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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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건길 탐방 안내판

이런 역사를 바탕으로 동구청이 지난 2012년 8개 구간 35㎞길이로 조성한 올레길이 '팔공산 왕건길'이다.

이 중에도 제1코스인 용호상박길(열재)은 왕건이 숨었다는 왕산(王山), 후백제 견훤 군사가 왕건 군대를 격파한 파군(破軍)재, 왕건이 안전한 곳으로 피해 얼굴이 밝아졌다는 해안(解顔)동 등 왕건의 흔적이 많아 걷는 순간순간이 역사를 따라 가보는 현장학습이자 힐링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용호상박길은 신숭겸 장군 유적지에서 열재까지 이어지는 4.3km구간으로 유적지에는 신숭겸 장군의 영정과 신위가 모셔진 '표충사', '표충단' 등은 물론 신숭겸 장군과 태조 왕건을 기리는 '신숭겸장군 나무'와 '태조왕건 나무'도 만날 수 있다.

신숭겸장군유적지에서 약 10분정도 걸어가면 왕건길 탐방센타를 만날 수 있으며, 관련 관광책자와 이용객 쉼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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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곡지 전경

탐방센터를 지나 조금 올라가면 우측으로 산속에 고요하게 자리잡은 '대곡지'를 만날 수 있어 왕건 길을 찾는 이에게 시원한 휴식을 전해준다. 1구간을 포함한 팔공산 왕건길에는 다양한 형태의 쉼터가 제공되고 있으며 예쁘게 만들어진 벤치부터 주변의 돌이나 나무를 활용해 만들어진 자연 그대 로의 쉼터도 많이 만날 수 있다.

왕건길을 상징하는 다양한 벽화들과 어우러진 산책로를 걷다보면 마치 천년의 숲길을 걷는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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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숭겸 유적지 돌담길

어느정도 가다보면 좌측으로 만나는 곳이 바로 경주 최씨 원모재다. 원모재는 임란이 일어나자 한천공파 최휘인이 민심을 일으켜 의병을 모집하고 공산의 의병장으로 추대돼 혁혁한 전공을 세우고 종전 후에는 이곳에 은둔해 여생을 마쳐 그의 충절을 기리기 위해 창건된 곳이다. 특히, 경주 최씨 한천공파(대명동파) 파조이기도 하다.

지묘동에서 내동으로 이어지는 1km의 임도는 2005년 친환경적 녹색임도로 조성됐으며 원모재를 지나면서부터 서서히 오르막이 가파르지만 푸른 산길 사이로 나무와 흙길이 어우러져 오르막이 즐거운 길이다. 조금 더 오르면 주민들의 쉼터이자 체육시설인 만디체육시설이 있고 이곳부터 팔공산 능선들이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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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디체육시설쉼터

이 곳을 지나 왕건전망대로 가면서 비교적 넓었던 길은 좁아지고 한적하지 만 또 다른 매력이 느껴지는 길을 접한다. 원모재에서 35분 정도 올라오면 바로 왕건 전망대를 만날 수 있다. 180도로 펼쳐진 팔공산 능선을 시원하게 바라볼수 있는 곳으로 다른 전망대의 경우 별도의 자도를 그려 놓아 실물과 비교하기 어려운 반면, 이곳은 투명 한 아크릴판에 실제 위치가 표시돼 있어 좀 더 편리하게 전경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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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건 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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