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끊임없이 진화 예술, 감정영역까지 확장 인간과 상생해야 더 빛나

▲ 하재영 시인
최근 구글 자회사인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우리나라 천재 프로 기사 이세돌과의 바둑 대결이 세계인의 관심을 끌었다. 무관심하던 사람들도 기계의 한 종류라 여겼던 컴퓨터 알파고가 이세돌을 꺾으면서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인공지능의 발전을 놀라워하며 그 앞날에 대해 감탄과 경이, 더 나아가 충격적 두려움까지 갖게 하였다.

바둑은 오래 전 중국에서 출발하였다. 어느 한 순간 발명된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을 거치며 인간의 머리로 개발 발전시킨 것이다. 바둑의 기본은 포석과 함께 집을 짓고, 더 넓은 땅을 차지하는데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집을 짓고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과 비슷하다 하여 인간 처세술은 물론 가상 전투 시나리오 등에 활용되기도 한다.

가로, 세로 19줄의 만남이 있는 361곳이 바둑 돌을 놓을 수 있는 자리다. 그 터에 놓인 흑돌과 백돌의 운용에 따라 전투도 치루고 때론 사석 작전도 행해진다. 지구상의 오락 중에서 경우의 수가 제일 많다고 한다. 대마불사(大馬不死), 매화육궁(梅花六宮) 등 바둑판에서 사용되는 용어만 정리해도 여러 페이지가 될 것이다. 인간의 현실적 문제에 답하진 않지만, 오락 기능을 포함하여 겸손과 양보, 타협 등 인간 삶의 모습을 비유적으로 보여주기에 사람으로서 어떻게 운신할 것인지 바둑을 통해 가르치기도 하고 배우기도 한다.

컴퓨터는 2진법을 바탕에 두고 빠른 계산을 위한 프로그램에서 출발하였다. 바둑에서 집을 넓히려는 인간의 승부욕처럼 인간의 인공지능 분야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과 탐구는 아닌 게 아니라 컴퓨터의 인공지능에게 인간의 습성을 하나하나 습득시키면서 '자동화' 기기로 우리 생활 곳곳 깊숙이 들어오도록 하였다. 이미 각 분야에 응용되고 있는 인공지능 컴퓨터 프로그램은 자본의 축적(蓄積)과 맞물려 끊임없이 진화하면서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의료, 스포츠, 예술, 감정의 영역까지 확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도래할 것을 예상한 문학작품은 이미 가상의 미래 세계를 암시하고 경고했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올더스 헉슬리(Aldous Huxley)의 '멋진 신세계', 셸리(Shelley, M.W.)의 괴기 소설 '프랑켄슈타인' 등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접하지 못했던 미래사회의 모습을 소설이란 작품으로 보여준 문학이다. 그런 문학 작품의 귀결은 인간의 오만함이 결국은 인간을 비참하게 만든다고 경고한다.

과거 많은 사람들이 일하던 공장은 자동화 기기로 수많은 실업자를 배출했다. 모르는 것, 궁금한 것의 정답도 인류 과거의 경험을 데이터베이스화한 컴퓨터란 사이버 공간에서 찾는 현실이다. 하물며 사람을 상대로 두던 바둑의 세계도 인공지능 컴퓨터가 상대하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

모든 과학 발전의 기본적 명목은 인간을 통해 인간을 위한다고 한다. 인간을 위한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진화하는 데에 우리는 다시 한 번 진지하게 통찰해보고, 거기서 파생되는 문제점을 다양하게 모색할 때다. 인간의 도덕적 윤리를 벗어나 우리가 제어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으면 재앙이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먼 미래가 아니다. 우리 곁에서 이미 야금야금 인간 생활을 통제하고 있는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의 발전이 결국 인간과 상생(相生)해야 빛나는 존재가 됨을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로 새롭게 인식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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