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관위, 공천 가부 결정 안 내린채 압박…1주일 '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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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20대 총선 공천이 당내 갈등으로 공전중인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한 시민이 공천 여부를 두고 초미의 관심 끌고 있는 유승민 의원을 지지하는 대자보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
새누리당 유승민(대구 동을·3선) 의원의 '선택의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유 의원에게 주어진 시간은 길어야 1주일이다. 4·13 총선 후보자 등록은 오는 25일 마감되기 때문이다.

오는 23일 당 공천자 대회가 예정돼 있긴 하지만, 최대한 늦추더라도 후보자 등록 마감일까지는 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에서 유 의원 지역구에 대한 공천심사를 마쳐야 한다.

유 의원의 정치적 행로는 궁극적으로 스스로 선택해야 할 문제이지만, 공천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현시점에서 '공'은 일단 공관위와 최고위원회에 가 있는 상태이다.

당 지도부가 공천에 대해 가부간 결정을 내리면 유 의원은 그 '공'을 넘겨받아 향후 정치 행로를 선택해야 한다.

현재 구도로 보면 유 의원은 공관위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탈당이 불가피한 '외통수'에 몰렸다는 관측과 어떻게든 당적을 유지한 채 20대 국회에 입성해 당내 투쟁을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이 교차한다.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는 공관위는 크게 3가지 수를 둘 수 있다.

정치적으로 논란을 피할 수 있는 가장 무난한 '선택지'는 유 의원 지역구를 경선 지역으로 정하는 것이다. 11명의 공천관리위원 사이에서도 이런 의견이 많다고 한다.

친박(친박근혜)계 입장에선 유 의원이 경선에서 패배하는 시나리오가 이상적이지만, 각종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그럴 가능성은 작다.

이 경우 유 의원은 경선에서 경쟁자인 이재만 예비후보에 승리하더라도 탈당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조해진·이종훈·김희국·류성걸 등 이른바 '유승민 사단'으로 불리는 측근 의원들이 줄줄이 공천에서 탈락, 우군과 동지를 잃은 외톨이 신세라는 이유에서다.

공관위가 유 의원을 단수 후보로 추천, 그의 손에 공천장을 쥐여주더라도 탈당을 결행하는 시나리오도 가정할 수 있다.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을 잘 챙기는 것으로 알려진 유 의원의 성정을 고려할 때 그럴 수 있다는 게 주변의 분석이다.

유 의원 주변 인사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유 의원 입장에선 공천을 받는다고 무조건 반길 일은 아니다. 상황이 조금 복잡해질 수 있다"며 "유 의원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고민을 거듭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하지만 원칙을 중시하는 유 의원의 스타일에 비춰 경선을 치르거나 단수 추천을 받을 경우 새누리당 간판으로 선거를 치르고 총선 후까지 내다보며 당내 비주류로서 정치적 미래를 설계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유 의원과 가까운 의원 1∼2명은 '유승민계'의 무더기 공천 탈락을 예견해 "형(유 의원)이라도 살아남아야 한다. 새누리당 현역으로 남아 후일을 도모해 달라"는 의견을 예전부터 개진했다고 한 측근 의원이 연합뉴스에 전했다.

다만 공관위가 유 의원의 경선 참여를 결정하거나 단수 추천하는 시나리오는 "당 정체성과 관련해 심하게 적합하지 않은 행동을 한 사람은 응분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밝힌 이한구 공관위원장의 원칙을 깬다는 부담이 따른다.

그래서 이 위원장이 이런 원칙을 고수해 유 의원의 낙천을 강행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이렇게 되면 새누리당으로선 이번 총선에서 일정 부분 타격을 감수해야 한다. 당 지도부 역시 '역풍'을 우려해 쉽사리 의견을 모으지 못하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최고위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공관위가 결정한 후 최고위가 수용 여부를 정하는 절차적 문제도 있지만, 최고위가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당으로선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결국 유 의원 스스로 '결단'을 내려주기를 내심 바랄 수밖에 없는 게 이 위원장의 고민이다.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탈당하라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지금 나로서는 (유 의원의 결정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유 의원이 공관위의 결정에 앞서 탈당하는 '자충수'를 둘 가능성은 작다고 유 의원 측은 예상했다. 그의 '칩거 모드'가 길어지는 것도 이런 배경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원내대표 사퇴 국면처럼 "내 목을 쳐달라"는 유 의원과, "알아서 나갈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이 위원장이 '초읽기' 수 싸움을 벌이는 셈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공천 국면은 지난해 '국회법 파동' 당시 유 의원의 거취 문제와 상당 부분 닮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조해진 의원은 이날 PBC 라디오에 출연해 "(유 의원은) 자신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 자신의 행동과 거취가 정치 발전이나 나라 발전에 어떻게 기여될 것인가, 그 고민만 갖고 씨름하고 계신 것이 아닌가"라며 "그 연장선에서 바른 결단을 내리지 않겠는가"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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