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가 짓밟힌데 대해 분노" 대구지역 총선 선거판 출렁

▲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23일 오후 대구 동구 화랑로 자신의 의원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앞두고 지지자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
유승민 의원이 23일 탈당과 함께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4·13 총선 최대 관심지역인 대구 동구을 선거구 유승민 의원은 23일 저녁까지 공관위가 공천결정을 미루자 이날 10시 30분께 지지자들과 함께 자신의 선거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유승민을 연호하는 지지자들의 환호속에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연단에 선 유 의원은 미리 준비한 낭독문을 통해 "오늘 이자리에 서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으며 개인 생사에 대한 미련은 오래전에 버렸다. 원망도 버렸다"며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건 주민들과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이며 (이번)공천에 대해 당이 모여준 모습은 정의가 아니며 상식과 원칙도 아니고 정치보복이다"고 말했다. 또, "정의가 짓밟힌데 대해 저는 분노한다. (새누리)당은 저의 집이었고 보수당을 사랑했기에 어느 위치에 있던 당을 위해 온몸을 던졌다. 당을 사랑했기에 나에게 정체성이 안맞는다고 하는데 슬펐다"며 "원내대표시절 연설을 다시 읽어봐도 당의 정강정책에 어긋난 것은 없었고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를 추구하는 내가 옳았다"고 강조했다.

유 의원 또, "이번 공천은 개혁의 뜻을 같이 한 동료의원들을 좇아내기 위한 방편에 불과했고 진박과 비박 편가르기만 있었다"며 "국민앞에 부끄럽다. 모든 어떤 권력도 국민을 이길수 없고 원칙이 지켜지고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다. 정든집을 잠시 떠나고 권력이 저를 버려도 국민만 보고 가겠다. 제가 믿는것은 국민의 정의로운 마음뿐이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마지막으로 "보수의 적자, 대구의 아들답게 정정당당하게 나가겠다. 반드시 승리하겠다"며 "저와 뜻을 같이했다는 이유로 경선에 들지도 못한 의원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동지들과 함깨 당으로 돌와와 보수의 꿈을 꼭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이처럼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인'이라는 낙인이 찍힌 유 의원이 결국 당을 떠나 독자적인 정치행보를 감행하면서 총선이 임박한 대구지역 선거판 지형이 한바탕 출렁이고 있다.

이날 유 의원이 자진탈당하면서 먼저 공천 배제된 측근 의원들과 무소속 연대에 나설 경우 대구·경북(TK)은 물론 수도권에서도 만만치 않은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대구지역은 유 의원의 동구을 선거구를 중심으로 인근 동구갑의 류성걸 의원과 이미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북구갑 권은희 의원, 여기에 수성을 지역의 주호영 의원도 잇따라 무소속 출마를 선언해 20대 총선구도가 한치 앞도 예측하기 힘든 안갯속으로 빠져들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여권의 가장 민감한 '공천 뇌관'이었던 유 의원 거취 문제가 이날 자진탈당으로 확정되면서 타 후보들의 탈당 후 무소속 선언도 잇따르고 있다.

동갑의 류성걸 의원과 지지자 400여명도 이날 새누리당 대구시당을 방문 탈당계를 제출했으며 주호영 의원과 380여명의 지지자들도 탈당계를 제출했다.

이처럼 이번 20대 총선 새누리당 공천은 '유승민으로 시작해 유승민으로 끝났다'는 평이 나오는 가운데 유승민 변수가 태풍의 눈이 될지, 찻잔 속 태풍에 그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새누리당 공관위는 이날까지도 동구을의 공천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24일 오전 9시부터 다시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따라 유승민 의원의 대항마로 나선 이재만 전 동구청장은 이날까지 탈당계를 제출하지 않아 공관위가 공천을 주지 않을 경우 이번 총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됐지만 이한구 공관위원장이 "무공천은 있을 수 없다"고 말한 것에 비춰 이 후보가 공천을 받을 것이라는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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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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